동질(同質)
은혼(카무이X아마네)
By. 아마네(@KAMUI_GFS2)
사람이 변화한다는 건 무서운 일이다. 특히, 좋은 의미던 나쁜 의미던 올곧은 사람이 갑작스러운 변화를 겪는다는 것은 여러모로 주변 사람들에게 그보다 큰 폐가 아닐 수가 없다. 그리고 그 폐는, 나도 적적하게 받고 있었다. 한 놈만 변화했으면 또 모르련만, 두 녀석이나 그러고 있으니 적지 않은 민폐다.
그리고 지금 내 눈 앞에는, 그 녀석에게 변화를 가져오게 한 장본인이 있었다.
“…아, 아부토 씨.”
여자는 나를 발견하자마자 꾸벅 고갤 숙여서 인사했다. 입고 있는 새하얀 에이프런에서는 고소한 냄새가 났다. 어쩌면 저녁 준비를 하고 있던 걸지도 몰랐다. 뭐, 낸들 아나. 이 녀석이 어디서 뭘 하던 우리에겐 별 상관 없었다. 큰 지위를 가지고 있기는커녕 이 곳에서 가장 아래에 위치해 있건만 그렇다고 해서 섣불리 손을 댈 수는 없었다. 그 증거로, 오늘도 아마네의 목에는 붉은 상처가 가득했다.
“거, 어제도 잘도 살아남았구먼.”
힐끗, 아마네의 백금발 너머로 드러난 목덜미를 보면서 넌지시 말하자 그녀는 얼른 제 손을 들어 흐트러진 목깃을 고치며 대답 대신에 이번에도 수줍게, 곤란하다는 듯이 내게 그저 빙긋 웃었다. 마치 이런 일은 몇 번이고 있었다는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저 상처가 정상적인 생활에서 생겨날 것이 아니란 건 5살배기 어린애도 알 거다.
아마네의 새하얀 목에 검붉은 손자국이 남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 전부터의 일이었다. 최근에 들어서는 잇자국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의도야 뻔했다. 일전에 녀석이 말했던 것처럼 자신의 물건에 자신의 것이라는 표식을 남기고 싶어하는 거겠지. 거 참, 그렇게 하지 않아도 누구의 여자인 걸 알면 아무도 감히 데려갈 생각도 하지 않을 텐데. 그러나 그 골칫덩이가 그렇게까지 너그럽지 않다는 것도, 자기가 찍어둔 것에는 쉽게 포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욕심이란 게 대단한 녀석이었으니까.
딱하게도 아마네는 저항 한 번 하지 않고 녀석의 행동을 전부 받아주고 있었다. 그건 새삼스러운 일이다. 궁지에 몰린 쥐도 고양이를 문다고 하던가. 자신의 목숨이 직접적으로 위협 받으면 제아무리 약한 존재라도 이빨을 드러내고 발톱으로 미약하게나마 반항을 할 텐데, 이 여자는 달랐다.
이 녀석은 그 행위를 전부 받아주는 것에 모자라 용서해주었다. 거기에 더해서, 그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단장을 보는 눈도 바뀌었다. 나는 그 시선을 알고 있다. 그리고 시선 안에 깊게 담긴 감정이 무엇인지도. 그래서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너도 정말 징한 녀석이야. 단장의 변덕 때문에 진작에 죽은 녀석들이 한 둘이 아닌데 말이야.”
“그, 그러게요……. 어쩌다 보니 계속 살아있네요…….”
아마네는 그렇게 말하며 이번에도 작게 웃었다. 여태까지 몇 번이고 녀석의 손에 죽을 수 있는 기회는 많았을 텐데, 정말이지 용케도 살아있다. 철저하게 약육강식의 법칙이 성립하는 거친 야토족의 한복판에 떨어진 약해빠진 토끼건만, 운 좋은 것인지, 명줄이 긴 것인지, 아직까지 살아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살려지고 있다고 하는 게 옳으려나.
사실 카무이가 아마네를 살려두고 있는 이유는 대충 알고 있다. 약한 상태에서 아마네를 죽여버리면 제가 바라던 강한 아마네랑 싸운 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녀석은 말했지만 그보다 더 깊은 감정이 담겨 있다는 건 나도 알고 있었다. 나를 포함하여 녀석이 새끼 토끼일 때부터 지켜본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알 것이다.
“너도 가여운 녀석이지, 참. 애초에 그 골칫덩이 단장에게 걸리지만 않았어도 괜찮았을 텐데 말이야.”
“그래도, 그 덕분에 저는 이렇게 살아있으니까요.”
아마네는 그렇게 말하고는 이번에도 작게 웃었다. 살아 있으니까 그걸로 다 되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나 같았으면 그런 짓을 당하고 자유롭지도 못한다면 굳이 여기에 엉덩이 붙이고 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할 텐데. 아마네는 그럴 때마다 죽으려고 했었던 자신을 구해준 게 단장님이니까 자신은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곤 했다. 정말이지, 이해하기 어려운 녀석이다.
“…새삼스럽긴 한데 말이야, 너, 후회하지는 않냐?”
“후회요?”
“그 때 내가 말했잖냐. 도망치고 싶으면 도망쳐도 된다고. 뭐, 너는 어차피 갈 곳이 없고 돌아갈 곳도 없어서 여기 남아 있겠다고 말했지만.”
언젠가, 아마네에게 말한 적이 있다. 언젠가의 전투에서 그 단장이 아마네에게 흥미를 갑자기 갖게 되더니만, 죽일 것처럼 달려드는 것이다. 아마네도 알고 봤더니 강하더라고. 그래서 죽이기로 했어. 왜 숨기고 있었는지는 모르겠는데, 라고 말하며 환히 웃던 카무이의 얼굴을 기억한다.
“그 강해진 상태에서 한 번 싸워보고 싶었는데 말이야, 금방 다시 약해지더라고? 그치만 한 번 그렇게 강한 모습을 보였으니까 분명 언젠가 다시 강해진 모습을 볼 수 있겠지? 그럼 역시 죽여버리려고 하면 될까? 죽음에 대한 공포 때문이라도 나에게 덤벼들지 않을까? 아부토도 궁금하지 않아? 아마네는 나를 어떻게 죽이려고 들까?”
기대에 가득 차서 환한 얼굴로 물어오는 그 얼굴에 나는 별 관심이 없다고 말했고, 그 녀석은 자기가 생각하는 가장 적절한 방법을 이용하여 아마네의 강함을 이끌어내려고 했다. 나는 물론 방관했다. 약육강식이 성립하는 이 곳에서 굳이 내가 손을 빌려줄 의리도, 내가 괜한 화를 받을 이유도 없었기 때문이다. 아마네의 몸에 상처가 늘기 시작한 건 그 때 즈음부터였다.
그렇지만 매일 같이 시달리고 힘들어하는 게 딱해서 딱 한 번, 도망쳐도 괜찮다는 말을 했다. 아마네도 역시 나와, 단장과 같은 야토였으니까. 안 그래도 귀한 피건만, 반항도 안 하고 동족의 손에 의해서 죽는 걸 보는 건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안 그래도 카무이는 앞뒤 생각 안 하고 무작정 자기 방해가 되면 다 죽여버리는 녀석이었으니, 언제 죽어버릴지 몰랐다.
그러나 아마네는 도망쳐도 괜찮다고 말하는 내게 우물쭈물 거리면서 답했다. 자기는 돌아갈 곳도, 나아갈 곳도 없다고. 어떻게 살아가는 것조차 모른다는 말을 하는 녀석을 일일이 뒷바라지해줄 정도로 나는 친절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내버려뒀다. 그게 전부였다.
“후회라…….”
아마네는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잠시 뒤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후회는 한 적 없어요. 단지……. 좀 더 일찍 제가 이해를 할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은 해요.”
“…허? 네가 녀석을 이해한다는 거냐?”
“아, 그, 그러니까, 그, 저어, 이, 이해한다는 게 아닐 수도 있지만요……. 그렇지만, 그, 단장님이 조금이라도 행복했으면 하는 생각에…….”
아마네는 얼른 입을 우물거렸다. 행복이라. 그것 참 애매한 단어다. 만약 카무이가 바라는 행복이 너와 죽을 각오로 싸워서 이기는 거라고 한다면 너는 그 때에도 그가 행복하길 바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아마네를 보니 아마네는 자기가 말실수를 했다고 생각하는지 어찌할 줄을 모르고 있었다.
“그것 참 세기의 사랑꾼이 납셨네, 그려.”
“그, 여, 역시 저 뭔가 잘못 말했나요…?”
“아니, 뭐, 그래. 네가 ‘사랑한다는’ 남자의 행복을 비는 건 좋은 것이지. 그치만 충고 하나 하는데, 그 말을 단장 앞에서는 안 하는 게 좋을 거다.”
그래, 정정하자. 정확하게 말하자면 녀석은 아마네와 싸우는 것으로 행복이 아닌 만족감을 얻고 싶어하는 걸지도 몰랐다. 단장이 무슨 행복을 좋아하는지 낸들 알겠냐. 나야 본인이 아니니까 그냥 넘어가겠지만, 지금 아마네의 발언을 카무이 본인이 듣는다면 분명 가만히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또, 녀석을 이기고 아마네가 위에 서있는 것처럼 보일 테니까.
“다녀왔어.”
어디선가부터 피 냄새가 난다 싶었더니, 문이 열리고 녀석이 등장했다. 싱글벙글 웃고 있는 얼굴에는 피가 묻어 있다. 따분하다고 예의 전투에 직접 나서겠다고 하더니 보아하니 예상처럼 전부 박살내고 온 모양이다.
“아, 단장님……!”
카무이를 발견하자, 언제나처럼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던 아마네의 얼굴에 환하게 웃음이 피어 올랐다. 끔찍할 정도로 피투성이로 돌아온 사람을 보고서 저렇게 기쁘고 환하게 웃을 수 있는 건 또 저 녀석 밖에 없을 거다.
아마네는 쪼르르 카무이의 곁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누가 봐도 그 발걸음과 시선에는 그가 돌아왔음을 기뻐하는 안도감이 담겨져 있었다. 단장은 그런 아마네를 옆에 두고 성큼성큼 멈추는 일 없이 걸어간다. 아마네는 이번에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괜찮으셨어요…? 혹시 다치시거나…….”
아마네의 입술에서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카무이는 발걸음을 멈췄다. 아, 녀석의 기분을 또 상하게 해버렸군. 나는 카무이의 입에서부터 언제나처럼의 대사가 흘러나오는 것을 기다렸다.
“있지, 아마네도 슬슬 지겹다고 생각하지 않아? 내가 겨우 그런 잔챙이들한테서 상처 하나 입을 거라고 생각해?”
“아뇨, 그건 아니지만, 그, 조, 조금 걱정되어서…….”
“나는 아마네가 걱정할 만큼 약하지 않은데? 아니면 뭐야, 내가 약하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
“아, 아뇨……. 그, 저어, 그게……. 죄, 죄송해요…….”
내가 저렇게 될 줄 알았지. 나는 고갤 절레절레 내저었다. 아마네도 참 학습 능력이 없는 녀석이다. 몇 번이고 같은 반응이 나올 걸 알면서도 저런 말을 꺼내니까 말이다. 이상하다고? 그야 당연하다. 녀석의 자신의 강함에 대한 자존심이 굉장히 높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아마네가 그것을 모르고 있는 건 아닐 테다. 단지 그것보다 더 큰 감정이 아마네의 입에서 저런 말이 튀어나오도록 만드는 것이겠지. 사랑하는 남자를 걱정하는 건 나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상대방에게 있어서는 기쁜 일 일테다. 이럴 때 고맙다고 하는 게 일반적인 사람이겠지만, 카무이는 일반적인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어이, 단장. 따분하다고 하고 나가더니만, 그래서 좀 따분한 건 나아지셨나?”
“아니, 전혀. 너무 약해서 더 지루해진 거 있지. 아아, 그래도 어느 정도 유명한 녀석들이니까 조금은 재밌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카무이는 내 질문에 실망스러운 목소리로 답하고는 금방 또, 시선을 돌려 고갤 푹 숙인 채(아마 방금 전에 카무이에게 들은 말에 조금 풀이 죽은 걸지도 몰랐다.) 제 곁을 따라오는 아마네에게 말을 걸었다.
“그래서? 아마네는 뭘 하고 있는데 여기 와 있는 거야?”
“아, 그, 다, 단장님이 곧 오신다고 하셔서……. 그래서…….”
그렇게 말하고는 카무이를 올려다보며 살짝, 수줍은 듯이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보통 남자라면 제 여자가 이렇게 자신을 기다려준다면 기뻐할 텐데, 비정상적인 녀석에겐 그런 이유가 별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다.
“아마네는 정말 한가한가 보네? 우리 부대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은 없는데. 아마네가 할 일은 다 끝내고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아니면 내가 괴롭혀줬으면 해서 기다리고 있던 거야?”
“아, 아뇨, 전혀요. 저는 그냥 단장님이…….”
거기까지 말했다가 아마네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이 상황에서 부끄러워하고 있다. 기껏 해서 사랑스러운 말을 해봤자 녀석에게서 돌아온 말이 전혀 부드럽지도 상냥하지도 않은데도 말이다.
“뭐라고 했어, 아마네? 잘 안 들리는데.”
“아, 그러니까, 그, 그게……. 여, 역시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 배고프실 텐데 시, 식사하셔야죠. 저, 그, 준비하고 올게요……!”
아마네는 그렇게 말하고는 그 상황에서도 꾸벅 카무이에게 고갤 숙여 인사했다. 웨이브 진 백금발 사이로 드러나는 귀가 새빨갛다. 무엇 때문에 부끄러워하고 있는지는 누가 봐도 명백했다. 아마네는 그런 우리의 시선으로부터 도망치듯이 재빠르게 부엌으로 향했다.
“아마네는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 거지?”
줄행랑을 치는 아마네의 뒷모습을 보면서 카무이가 문득 입을 열었다. 나는 피식 웃으면서 답한다.
“뭐, 보고 싶었다고 하려고 했던 거 아니냐?”
“…보고 싶었다고?”
“아마네는 너를 어지간히도 좋아하잖냐. 아무런 생각도 안 하고 강하다고 생각하면 앞뒤 생각도 안 하고 아무한테나 덤비는 멍청하고 골칫덩이인 미친놈의 어딜 그렇게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아부토, 그 멍청하고 골칫덩이인 미친놈이 아부토의 월급을 담당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지? 저번주에 도박에서 져서 빚 많다고 투덜대지 않았어?”
환하게 웃으면서 말하는 단장에게 농담이라고 말하면서 나는 볼을 긁적였다. 괜한 소리를 했다가 또 감봉을 당하고 싶진 않으니, 나도 이 곳을 피하기로 했다.
“거, 나는 다른 녀석들이 잘 돌아왔는지 확인을 좀 해봐야겠구먼, 하하.”
그런 말을 하면서 발걸음을 돌려 얼른 카무이에게서 도망쳤다. 녀석이 정말 마음을 먹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저번 주에 빚을 잔뜩 졌는데 감봉까지 당하는 건 질색이다. 그렇게 단원들이 지내고 있는 방 쪽으로 향하다가, 고소한 냄새에 발을 멈췄다. 부엌에서부터 흘러나오는 냄새였다. 그리고 부엌 안에는 아마네가 홀로 서있었다. 여느 때처럼 예의 에이프런을 두르고, 수십 명이나 되는 야토의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냥 지나가려고 하다가, 문득 아까 대화하다가 궁금했던 걸 물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아마네에게 불쑥 말을 걸었다.
“어이, 아마네.”
“……?”
부엌에서 일을 하고 있던 아마네는 내가 말을 걸자 요리하던 손을 멈추고서 뒤를 돌아보았다. 그런 아마네에게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까 네가 행복이란 말을 꺼냈잖냐. 단장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이야.”
“아, 네, 그랬죠……?”
그런데 그게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라고 묻는 것처럼 나를 빤히 바라보는 아마네에게 천천히, 아까 채 묻지 못한 내용을 물어보았다. 여태까지 궁금했지만, 혹시나 싶어 묻지 않았던 말. 굳이 물어볼 필요가 없어서 물어보지 않았던 말을.
“너는 지금, 행복하냐?”
나의 질문에 아마네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또렷하고도 밝고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행복해요.”
단 한 번의 망설임도 없이 수줍게 내뱉은 말과, 정말이지 ‘행복해 보이는’ 그 부드러운 미소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매일 같이 자신을 상처 주고, 목을 조르고, 피나게 하고, 거친 말을 받고, 때로는 죽이기 일보 직전까지 가는데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이 녀석도 역시 카무이만큼이나 비정상적인 여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조금이라도 정상적인 상식이 잡힌 녀석이라면 단장의 그 모든 못된 행위들을 다 받아들이고 그것도 모자라 사랑한다고, 지금 저는 행복하다고 쉽게 말할 리가 없다.
아마네는 비정상적인 녀석이었다. 이번 질문을 통해서 깨달았다. 새삼스럽게, 그걸 깨달았다.
“그래, 너도 그 미친놈만큼이나 비정상적인 녀석이었지. 그걸 깜빡할 뻔 했네, 그려.”
“…저어, 그, 아부토 씨.”
“엉?”
“그, 비정상…이란 게 뭐죠? 정상적이지 않다는 말이신데, 죄송한데 정상이 정확히 뭐죠…? 저, 모르겠어서…….”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고갤 갸우뚱거리던 아마네의 한 마디에 나는 더 할말을 잃었다. 아, 그런 상식도 안 통하던 녀석이었던가. “정상”이라는 개념과 정의부터 설명시켜주고 주입시켜줘야 하는 녀석이었던가. 그렇다면 아마네가 무조건적으로 카무이를 감싸고 사랑하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녀석은, 정상적인 생활도, 정상적인 사랑도 알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말을 감히 내뱉을 리가 없었다. 그러자 카무이의 일련의 행동들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니, 모르면 됐어. 네가 정상을 모르는 게 단장도 좋겠지.”
“제가 모르면 단장님께 좋은가요…? 아, 그, 그러면 제가 굳이 알 필요는 없는 거죠? 그, ‘정상’에 대해서…….”
곤란하다는 얼굴에 대고 나는 굳이 정상에 대해 말해줄 의미가 없다는 걸 진작에 알았기에 금방 이야기를 끊어내기로 했다.
“그래, 알 필요 없어. 아무튼 일하는데 방해했네. 수고하라고.”
고갤 한 번 갸웃거린 아마네는 내 말에 고갤 푹 숙여서 인사하고는 다시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아마네를 보다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아마네가 정상에 대해서 알게 된다면, 정상적인 생활과 정상적인 사랑과 정상적인 상식에 대해서 알게 된다면, 그 때에도 아마네는 지금처럼 카무이를 무조건적으로 감싸주고 사랑해줄까. 자신이 여태까지 카무이에게 해왔던 것들, 카무이에게서 받아왔던 것들이 모두 잘못된 것이란 걸 알게 된다면, 그 때에 아마네는 카무이를 어떻게 생각할까.
그러나 그 의문이 풀리는 일은 없을 것 같았다. 한 사람의 정신 상태를 바꾸는 건, 그리 쉽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비정상과 비정상이 만나서 비정상적인 사랑을 하는 게 뭐 이상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비정상들끼리 모여서 잘된 일이지. 누구 하나 정상이었더라면 분명 파국으로 들어서고 둘 중 하나는 진짜 제대로 미쳤을 테니까. 아니지, 이미 아마네와 카무이는 둘 다 미쳤던가?
뭐, 아무래도 좋다. 나는 이 곳에서 적당히 싸우고 적당히 돈 벌면서 적당히 재미 보면 되는 거니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서 앞으로 신경을 끄기로 했다. 그래, 행복하다니 다행이구먼, 이란 비아냥거리는 말을 아마네에게 속으로 덧붙였다. 나에게 폐만 더 끼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