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의 왕자님(미카제 아이X츠다카 시연)
By. 시연
“자, 아―”
“응? 아, 아―”
“……너희들 아앙― 같은 걸 구욷이 내 앞에서 해야 하냐?”
“별로 상관없잖아. 쇼가 우리 사이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맞아! 왜? 쇼쨩, 부러워~?”
“아니, 됐다…….”
오늘도 저 둘은 변함없이, 아니 많이도 변한 모습으로 저들만의 세계에 빠져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저 둘’이라 하면 나의 마스터코스 담당 선배였던 미카제 아이, 그리고 나의 소꿉친구인 츠다카 시연, 이 둘을 일컫는 말이다. 뭐, 둘 다 좋은 구석이 많은 녀석들이지만 한 가지 귀찮은 사실이라면 이 두 사람이 ‘연인 사이’라는 것. 이게 무슨 뜻이냐 하면 바로 방금 전과 같은 상황이 매우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이야기이다.
두 사람이 부럽다거나 하는 그런 단순한―말도 안 되는― 문제가 아니다. 아이야 굳이 내가 아니어도 자신들의 사이를 알고 있는 사람들 앞에선 거리낌이 없어 보이지만 문제는 하스 쪽이다. 분명 평소엔 아이와의 관계를 드러내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편에 가깝다…… 아마도. 하지만 그곳에 내가 있다면 상황은 매우, 정말 많이 변한다. 하스 저 녀석은 평소에 모든 장난기를 차곡차곡 쌓아뒀다가 나에게 푸는 게 틀림없어.
그렇지만 둘이 함께 있으면 좀 귀찮긴 해도 지금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아이만 해도 말이야, 처음 만났을 무렵을 생각하면 지금의 모습은 기적이다. 그 시절의 아이는 지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차갑고 냉정한데다 인간성이라곤 털끝만큼도 찾기 힘들었지. 목소리 톤부터가 달랐다고. 그치만 하스도 같으니까. 저 녀석, 소꿉친구라면서 정작 자기가 힘들 땐 털어놓지도 않고.
그랬던 하스가 자신 때문에 아이가 사라졌다며 나를 붙잡고 울었던 날. 처음으로 아이도 많이 바뀌었지만 하스도 많이 바뀌었다는 걸 알았다. 물론 좋은 방향으로. 뭐, 둘 사이엔 워낙 많은 일이 있었으니까. 그래, 우는 모습보단 차라리 이렇게 내 눈 앞에서 온갖 애정행각을 벌이는 편이 낫지. 그렇게 생각하며 오늘도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행동을 넘기려는 찰나, 갑작스레 하스가 내 쪽을 바라봤다. 그러곤……
“쇼쨩, 쇼쨩은 그렇게 우유를 마시는데 왜 키가 안 컸을까……. 아이고, 정말 눈물이 앞을 가린다니까. 아, 저번엔 아이한테 속아서 죽순도 잔뜩 먹……”
“와아아악! 하스, 너 말야…….”
아픈 곳을 찔리고 말았다. 하스, 저 녀석 정말 질리지도 않나? 마시던 우유 잔을 내려놓고 급하게 소리를 지르자 하스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에헤헤, 화내지 마~ 오랜만에 농담 좀 한 거니까. 벌써 몇 년 전 일이라고~”
“노옹담? 노오오오옹다아암? 네 귀에는 그게 농담으로 들리냐!”
“뭐, 쇼의 키가 멈춘 지 아주 긴 시간이 지난 건 사실이잖아? 딱히 여기서 더 클 가능성은 없어 보이니 눈물이 날 만한 이야기이긴 하지.”
“됐다 됐어……. 더 얘기해봤자 내 머리만 아플 것 같으니까 이쯤 해두고. 그래서 오늘 온 이유가 이거야?”
더 얘기해봤자 나만 슬픈 얘기는 그만 하자. 나는 내 앞에 놓인 무언가가 빼곡히 적힌 종이를 톡톡 치며 화제를 돌렸다.
“응, 역시 쇼쨩이 가장 적임자라고 생각해서.”
“방금 그게 부탁하는 사람의 태도냐!”
“아이 참, 우리 사이에 뭘 그런 걸 따지고 그래. 부탁해도 될까?”
눈을 살짝 찡그리며 답하자 하스 녀석이 자연스럽게 윙크를 하며 헤실헤실 웃었다. 어휴, 저 녀석 정말……. 이마를 짚으며 하스를 바라보자 그 옆에 앉아있는 녀석은 아주 그냥 눈에서 꿀이 떨어지고 있었다. 아이고, 하스 얼굴에 구멍 나겠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시 하스에게 물었다.
“음, 그러니까 결혼식 사회를 맡아 달라고?”
“응응! 부탁드립니다, 쇼쨩 왕자님!”
그 순간 옆에서 중얼거리는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연의 왕자님은 나 아니었어?”
아, 아이 녀석, 살짝 뺨이 부풀었네. 하스와 사귀기 시작한 후로 가끔 보이는 ‘연인 미카제 아이’의 모습이다. 전에는 상상도 못한 모습이어서 정말 적응하기 힘들었다니까.
“에이, 나한테는 당연히 아이밖에 없지! 쇼쨩은 으음, 그러니까 팬들의 왕자님?”
“그 쿠루스 왕국의?”
오래 전 얘기를 꺼내며 아이가 고개를 갸웃한다. 아니, 그게 벌써 몇 년 전 이야기냐……. 나는 한숨을 쉬며 아까부터 의문이었던 질문을 입 밖으로 슬쩍 냈다.
“아 네네, 알겠습니다아. 좋아, 뭐 너희 둘이라면 나한테 부탁하려나 잠시 생각하긴 했었으니까. 그치만 정말 나로 괜찮아?”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야. 우리 사무소만 해도 선배들이나 선생님들도 계시고. 너희들 정말 나로 괜찮은 거야?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묻자 두 사람을 잠시 서로를 바라보곤 환하게 웃었다.
“당연하지! 쇼쨩이 아니면 누가 어울린다고 생각해?”
“맞아. 시연과 나, 두 사람 모두에게 높은 친밀감을 가지고 있으면서 사회를 맡을 수 있는 스킬을 가진 사람이라면 쇼, 네가 제일 적합해.”
끄덕끄덕끄덕끄덕. 이어지는 아이의 말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하스의 모습을 보며 자연스레 마음이 놓였다. 음, 뭐 너희가 괜찮으면 된 거지. 좋아, 내가 할게! 그렇게 승낙 의사를 밝히자 하스는 우와, 고마워! 역시 쇼쨩밖에 없다니까~ 라며 배시시 웃었고, 아이 또한 고마워, 라며 살짝 미소 지었다. 둘 다 기뻐보여서 다행이네. 그 후 평소와 같은 아이의 지적이나 하스의 장난이 간간히 섞인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 하나 둘 지나갔고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그럼 쇼쨩,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오늘은 아이나 나나 이다음에 스케줄이 있어서.”
“어, 그래. 나중에 연락해.”
“그럼 오늘은 이만. 다음에 다시 연락할게.”
스케줄이 바쁜 듯 급히 떠나는 두 사람을 배웅하고선 방금 전 나눴던 얘기들을 천천히 곱씹었다. 그래, 너희가 언제까지나 행복했으면 해. 나의 소중한 선배이자 친구니까. 그나저나 결혼 선물론 뭐가 좋으려나. 살짝 눈가를 찌푸리며 고민하던 찰나, 문득 전에 나츠키가 했던 얘기가 생각났다. 아이쨩과 하스쨩의 결혼 선물론 뭐가 좋을까요~ 고민되네요~라며 조언을 구해왔었지. 나도 고민하던 중이라 만족할만한 답은 못 해줬지만. 좋아, 조만간 나츠키와 함께 고르러 가는 편이 낫겠다. 겸사겸사 사회를 맡게 되었다는 것도 얘기하고.
그러고 보니 겨울의 결혼이라…… 정말 너희답네. 참 많이도 변한 두 사람이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은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아, 벌써 몇 시지? 오늘 저녁엔 나츠키와 만나기로 했는데. 빨리 가서 아이와 하스의 결혼식에 관한 이야기도 해야 하고. 하아, 저 둘과 함께 있는 시간은 항상 이런 식으로 금방 지나가 버린다니까. 서둘러야겠네. 잠시 정신이 팔려있던 새, 어느덧 저 멀리까지 뻗은 발밑 그림자를 보며 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