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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그레이맨(라비X유하)

By. 모노


슬슬 나타날 시간이네. 파인더의 복장을 한 사람이 식당에서 점점 늘어나는 인원을 보며 생각했다. 그의 이름은 레인으로 검은 교단 소속 파인더였다. 따로 시간을 확인하지 않아도 자신의 저녁 식사 시간에 꼭 나타나는 엑소시스트가 있었다. 파인더의 수는 많기 때문에 임무를 자주 다니는 사람이나 생활 시간대가 많지 않는 이상 모두의 이름은 알기 어려웠고, 친해진 사람끼리 계속 같이 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자신은 이제 막 파인더가 되었기 때문에 아직 같이 다닐 정도로 친한 파인더는 없었다. 그래도 낮에는 제법 시간이 맞는 사람과 식사를 같이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아쉽게도 저녁 시간에는 식사를 같이 할 사람이 아직까지도 생기지 못한 것이었다. 외국으로 나가는 임무일수록 시간대가 맞지 않는 건 당연하기도 했다. 그래도 활발한 성격인 자신은 모두와 금방 친해질 줄 알았으나 생각보다 기회자체가 오지 않았고, 하루하루가 아쉬울 나날들에 아주 작은 즐거움을 마주할 수 있었다. 파인더들은 전부 알지 못하지만, 숫자가 적을뿐더러 검은 교단에서 가장 큰 활약을 하는 엑소시스트들은 파인더들 사이에 인기스타나 마찬가지였다. 비록 일반인들은 알아주지 못해도 그들은 인류의 희망 아니던가! AKMA와 싸울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인 만큼 그들은 중요한 사람들이었다. 파인더들의 일부는 대대적으로 검은 교단을 돕는 가문이기도 했으나 이를 제외한 파인더들은 엑소시스트의 도움을 받고 살아남은 자들이 많았다. 가족들은 죽고, 평소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을 때, 자진해서 파인더가 된 사람들. 자신도 한 엑소시스트의 도움을 받고, 수소문 해 검은 교단에 들어올 수 있었다. 언젠가 꼭 감사인사를 해야겠다 싶었는데 엑소시스트들은 파인더들보다 더욱 바빠 마주할 기회가 더욱 없었다. 같은 임무에 배치되는 건 신입 파인더에게 있어 기적 같은 일이기도 했다.


엑소시스트들은 인류의 희망이기도 했지만, 각각의 매력마저 가지고 있어 그들 몰래 팬처럼 활동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단순히 임무를 실패한다고 해서 그들의 인기가 떨어질 일은 없었다. 실패한 임무보다 성공한 임무가 더 많기도 했고, 그들이 다음에는 더 잘할 것이란 믿음 또한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자신과 같은 파인더 중에는 칸다의 팬이, 다른 지부에는 리나리와 알렌의 팬이 있다고 했지. 원수님들이나 미란다도 충분히 매력적인 사람들이고. 그 중에서 자신이 반해 들어온 인물은 바로 유하였다. 동양의 엑소시스트, 짧은 머리카락은 짙은 흑색이었으며 지나가듯 마주쳤던 흑색의 눈도 짙은 분위기라 찰나에도 그녀에게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첫눈에 반했다는 말은 과분했다. 그녀는 자신에게 은인이었으며, 기적이었다. 다시 마주하게 될 순간을 얼마나 기대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쉽게 그녀에게 말을 걸 수 없었다. 그녀의 곁에는 언제나 한 사람이 같이 있었다. 뭐, 누가 있든 유하에게 말을 걸지 못할 이유가 없지만 이상하게도 그는 자신이 유하에게 다가가려는 순간마다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이어서 유하의 어깨를 잡고 자신과 아주 멀리 떨어진 자리로 안내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우연이라 생각했지만, 두세번 반복되자 이건 그가 일부러 유하에게서 자신을 멀리 둔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었다. 대체 누구길래? 오래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주황색 머리에 한쪽 눈을 가린 안대만 봐도 그가 라비라는 걸 모를 수 없었다. 라비는 대체 왜, 자신을 유하에게서 떨어트려 놓는거지…? 누군가에게든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건 유하를 눈 앞에서 놓친지 다섯번째가 되었을 때의 일이었다. 이런 일이라면 역시 제리 주방장님이지.

 

“ 둘이 사귀는 사이라고요… ”
“ 아니~ 사귈지도 모른다니까, 얘도 참! 둘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말이지~ 진짜 사귀는지는 아무도 몰라! 그도 그럴게, 유하는 낯을 많이 가리거든. 처음에 라비를 봤을 때 얼마나 경계했는지 모른다니까? ”


일단 충격적인 이야기를 두 개나 들었네… 실컷 떠드는 제리를 두고 나는 음식이 담긴 쟁반을 들고 가까운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자신의 얘기를 끝까지 듣지 않고 간다며 투덜거리는 제리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제 신경에는 들어오지 않는 목소리였다. 둘이 사귀지 않는다 해도 서로 신경쓰인다는 건 결국 유하도 라비에게 관심이 있는 게 아닌가? 그런 가벼운 녀석이 그녀의 마음에 들 리가 없는데! 그 이야기도 충분히 충격적인 이야기였지만, 유하씨가 낯을 많이 가린다니… 그것도 모르고 다가갔다면 엄청나게 미움을 샀을 일이었다. 하긴, 자신을 구해주었던 날에도 이름 밖에 듣지 못하고 헤어졌었지. 그게 전부 낯을 가려서 그랬구나. 물론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사귄다는 건 확실하지 않은 문제고, 적어도 라비가 그녀를 좋아한다는 건 고민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좋아하니까, 처음 보는 남자가 다가가지 않게 하려는 거겠지. 생각보다 더 속이 좁잖아? 하여간 남자들의 질투란… 그러면 어떻게 해야 말이라도 걸어볼 수 있지?


그렇게 한참 생각하고 내린 결론이니 바로 살펴보는 행동이었다. 어떤 일이든 탐색은 중요하지. 파인더의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자주 들었던 말이었다.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기 위해 오랜 시간을 헤맨 동안 알아낸 건 그들이 한달 중 마지막 날은 정해진 시간에 꼭 같이 식사를 한다는 사실이었다. 한달보다 더 오래 걸리는 임무를 간다면 둘은 만날 수 없었지만, 한 사람이라도 교단에 있다면 같은 시간에 꼭 나타나는 편이었다. 이를 알고나서 아마, 유하도 그를 좋아하는 거겠지 싶어 더 이상 미련은 갖지 않기로 했다. 그래도 일부러 피할 이유도 없으니 차라리 두 사람을 같이 지켜보자는 결론을 내렸었다.

 

그리고 오늘은 그들이 같이 식사하는 걸 두번째로 보는 날이었다. 실제로 그들이 식당에 오는 건 여러 번이었으나 같이 식사를 한 건 매우 적은 편이었다. 거기에 나까지 시간이 맞는 경우는 더욱 힘든 일이었고. 드물게 셋의 시간이 겹치는 오늘 같은 날은, 급한 일이 없다면 식당 한켠에 앉아 그들을 더 오래 지켜보는 편이었다.


라비와 유하의 행동패턴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두 사람은 보통 나란히 걷는 일은 없었다. 라비가 유하의 한 발자국 뒤로 서서 식당 안으로 들어왔고, 유하가 음식을 주문 후에 서서 기다리고 있으면 라비도 곧장 주문을 하고, 제리 주방장이나 뒤에 있는 동료와 대화하는 경우가 많았다. 유하는 보통 같은 음식을 자주 주문하지 않는지 매번 다른 음식이었으나 라비는 꼭 불고기 덮밥이었으니 그가 그 음식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를 사람이 없을 지경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음식이 비슷하게 나오면 유하가 먼저 발걸음을 옮겨 자리를 잡았다. 라비의 음식이 늦게 나오더라도 유하는 주변에 서서 라비를 기다린 후에 같이 움직였다. 주방장의 실력을 생각하면 불고기 덮밥쯤이야 빠른 속도로 가능하니 이또한 라비의 배려인가 싶었다. 그래봤자, 나야 라비를 잘 모르지만. 그렇게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자리에 앉으면 대화가 아닌, 라비의 혼잣말이 이어졌다. 자신이 다녀온 임무에서 뭘 보고, 듣고, 어땠는지 감상을 얘기하면 유하는 고개만 끄덕이며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평소에는 어떤지 몰라도, 꼭 말을 끝나갈 때쯤 라비의 결론은 그래서 유하가 엄청 보고 싶었다고~ 였으니 유하를 꽤 좋아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런 말을 들으면 그녀가 과연 좋아할까, 고민했는데 유하의 반응이 오히려 더 놀랄 지경이었다. 


“ 라비가 날 그렇게 보고 싶었다면, 나는 어땠을 것 같아? ”


젓가락질도 멈추고 고개는 라비를 향한 채 들린 말이 단조로워 제 자리에서 그녀의 표정은 보이지 않아 무척 그리워 했을 얼굴이구나 싶었다. 라비의 목소리는 가벼워 더욱 더, 유하의 목소리가 진정성 있게 느껴졌다. 라비의 말에 대답도 매번 달랐던 걸 기억한다. 전에는 나도 네가 보고 싶어서, 오늘을 놓치기 싫어서 빨리 왔다고 했었지. 어쩌면 보이지 않는 애정은 라비보다 유하 쪽이 더 큰 모양이었다. 지나가듯 말하는 목소리가 당사자도 아닌 나에게 와닿을 지경이었으니까. 그때에 자신은 그들의 대화를 몰래 듣고 있는 게 꽤 부끄럽기도 했었다. 지금은 두 사람에 대해 알고 싶어 듣고 있지만. 어쨌든, 유하가 저렇게 말하고 나면 라비는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붉어진 얼굴을 반쯤 돌렸고 유하는 익숙하다는 듯이 식사를 마저 하는 패턴이었다. 얼마 없는 기회라지만, 같은 패턴이 지겹지도 않나? 자신이라면 어땠을지 한참 생각하고 있을 때, 식사를 끝냈는지 자리에 일어나는 소리가 제 귀에 들려왔다. 아, 오늘은 평소보다 빠르게 일어나네. 보통 저 둘의 사랑스런 대화가 끝나고나면 라비가 또다시 다른 주제를 꺼내는 일이 많았다. 어쩌면 곧장 가야하는 임무가 있을지도 모르고.


“ 너무 급하게 임무 나가는 거 아냐? ”
아, 역시 그랬군.
“ 급하게 나가지 않아야 하는 임무가 있나요. ”
유하는 너무 단호하다니까요.
“ 그건 그렇지만~ 나 늦어진다고 두고 가면 안된다? ”
이번에는 둘이 같이 나가는 건가?
“ 꾸준히 말하지만 두고 간 적 없어요, 라비. ”

 

역시나. 임무에 나가기 위해 서둘렀던 것 같은데… 지금 대화는 또 새로운 대화네. 시선은 움직이지 않은 채 둘의 대화가 점점 멀리 들릴 때쯤 자리에 일어났다.이미 식당을 나갔는데도, 제 시선은 그들이 머물렀던 자리에 있었다. 밥 먹을 시간마저 아끼며 임무를 나가는 엑소시스트를 보자니 자신도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엑소시스트는, 역시나 고생이 많네. 그나저나 둘의 대화는 몇 번을 들어도, 식당 외에도 만나는 사이 같은데… 그럼 사귀는 사이 아닌가? 꼭 저 두 사람만 붙어 다니라는 법은 없었지만, 라비는 분명 크로스 원수님 소속이고 유하는 크라우드 원수님 소속이었다. 각자의 소속과 먼저 팀을 이뤄 임무를 가기 때문에 소속 동료와 제일 친해지기 마련인데 저 두 사람은 그래보이지 않으니 당연히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사귀는 사이가 맞다니까? 다들 눈치가 없긴. 아무래도 자신만 그들의 사이를 눈치 챈 것 같으니 특별히 모르는 척 해줘야겠네.


다음에 언제 만나게 될 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둘이 같이 간 임무에 대해 들을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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