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육의 천사(아이작 포스터X메리 플록스)
By. 루혜
잭은 오늘도 자신에게 진한 애정 표현을 하며 달려드는 메리를 피해 다니고 있었다. 잭은 메리가 하는 애정 표현이 부담스럽다는 제스처를 취하며 그녀를 밀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잭이 만약 정말 싫어한다면 저렇게 하지 않을 터였다. 싫은 건 싫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잭이니까 메리의 애정 표현이 정말 싫은 거라면 아마 화내지 않았을까. 게다가 귀까지 빨간 걸 보면 나는 사실 잭도 메리를 좋아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항상 내가 물어보면 전혀 아니라고 잡아떼지만, 메리에게 호감이 없다고 말할 때의 잭은 항상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무슨 프로그램이었더라. 거짓말하는 사람들은 보통 눈을 잘 마주치지 않는다고 하던데. 나는 앞에 놓인 코코아를 홀짝이면서 평소와 다름없이 애정 표현으로 작은 실랑이를 벌이는 잭과 메리를 바라보았다.
“아, 좀 붙지 말라고, 덥다고…!”
잭이 팔짱을 껴오는 메리를 밀어내 보지만 그녀는 생글생글 웃으며 다시 재도전할 뿐이었다.
“에이~, 잭도 사실은 좋으면서~. 그리고 지금 겨울인데~. 오히려 꼬옥~ 붙어서 따뜻한 편이 더 좋지 않아?”
두 팔을 활짝 벌리며 잭을 껴안겠다는 의지를 내보이는 메리의 모습에 잭은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녀를 거부하는 그의 표정과는 다르게 그의 두 귀는 여전히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런 잭을 보고 있으려니 나는 왠지 한숨이 나왔다. 좋으면 그냥 좋다고 하면 될 텐데. 굳이 왜 피하는 거람, 혹시 부끄러워하는 건가? 나는 코코아를 홀짝이며 잭을 쳐다보았다. 나보곤 항상 솔직하게 말하라면서 자기는 솔직하지 못하네.
“…어라.”
그러고 보니 잭이 메리한테 애정 표현하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나? 나는 아직도 스킨십으로 실랑이를 하는 두 사람을 보며 진지한 고민에 빠졌다. 두 사람은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 사귀는 것처럼 보이는 모양이지만 실제론 사귀고 있지 않았다. 저러다가 메리가 나중에 다른 사람이 좋다고 하면 어쩌지? 가끔 외출하고 돌아오면 남자 향수 냄새가 나던데. 나는 메리가 잭이 아닌 다른 남자와 사귀는 걸 상상하다가 고개를 휘휘 저었다. 그런 건 싫었다. 메리가 잭이 아닌 다른 사람과 사귀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우리와 있는 시간도 줄어들겠지. 예전처럼 버려지는 건 싫어. 물론, 메리 성격에 나나 잭을 버릴 거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애초에 우리 세 사람 사이에 누군가가 끼어드는 것 자체가 불쾌했다. 몰려오는 짜증에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손에 들고 있던 머그잔을 내려놓았다.
한참을 도망 다니던 잭은 메리를 피해 다니는 게 지쳤는지 결국 제자리에 멈추고 항복이라는 듯 두 팔을 들어 올렸다. 메리는 멈춰 선 잭의 허리를 꼭 끌어안더니 그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메리의 입술이 볼에 닿았다가 떨어지자 얼굴에 감은 붕대 사이로 보이는 잭의 피부가 붉어지는 게 보였다. 저렇게나 좋아하면서 표현은 전혀 안 한다니. 음, 혹시 표현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서 그런 걸까. 예전에 학교에서 잭처럼 좋아하는 여자애한테만 표현이 서툴던 남자애가 있었는데 끝내 그 여자애랑 안 이어졌지. 불쑥 떠오른 사실에 나는 마음이 더 조급해졌다. 잭이 메리를 놓치게 할 수는 없어. 왜냐하면 나는 잭이랑 메리랑 셋이서 다 같이 사이좋게 지내고 싶은걸. 우리 사이에 다른 사람이 끼어드는 건 정말 싫어.
“으악! 어디에다 손을 넣는 거야! 이, 이 멍청아아…!!!”
내가 잠시 두 사람에게서 시선을 돌린 사이, 메리가 진한 스킨십이라도 한 모양이었다. 메리는 내가 앞에 있으면 진한 스킨십은 자제하는 편이었다. 내가 어린 걸 자각하고 있는 거겠지. 메리는 참 사소한 부분까지도 잘 챙겨준다니까.
“이 정도로 놀라는 거야~? 잭 침대… 으읍, 읍…!”
메리가 말을 다 잇기 전에 잭이 황급히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 거칠어. 이래서야 정말 그 남자애하고 다를 게 없잖아. 역시 잭한테는 제대로 된 스킨십을 알려 줄 필요성이 있겠어.
나는 최근에 메리랑 봤던 로맨스 영화나 드라마를 떠올려보았다. 거기에 나오는 남자 배우들이 했던 행동이나 말투 같은 걸 알려주면 되지 않을까. 잭이 글을 읽을 줄 알면 종이에 정리해서 주면 될 텐데 잭은 글을 모르니까 직접 알려줘야겠지. 나는 어떻게 하면 잭에게 더욱 효과적인 방법으로 알려줄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생각에 빠져 있느라 나는 두 사람에게서 시선을 뗐는데, 그새 메리가 또 진한 스킨십이라도 하는 건지 옆에서 잭의 “으아아…!!” 하는 비명 소리가 들려왔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 무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