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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탑(유한성X아인트)

By. 아인트

 

 

 

※ 신의 탑 유한성 연인 드림(기타 관계: 우렉 마지노와 부녀 관계)

※ 우렉 마지노 시점

 

랭킹 4위 바라쿠다, 비선별인원, 월하익송 부단장. 우렉 마지노라는 이름 앞에 붙은 수식언은 많았다. 오로지 한 사람을 좇아 탑에 들어올 정도로 자신감 넘치고, 최단 기간에 탑을 오르며 10가주조차 제쳐버릴 정도로 강한 사람. 그렇기에 더욱 거침없는 사람이 우렉 마지노였다.

그런 자신이라도 본인도 몰랐던 딸이 있었다는 것이, 심지어 오로지 실험 목적으로 태어났다는 딸이 있었다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는 아주 당황스러웠다. 아마 알만한 사람들은 자신과 아인트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다는 것 정도는 눈치챘을 것이다. 그렇지만 정확하지 않은 추측과 공식적으로 부녀 관계임을 인정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아무리 자신이 뒷일 생각 없이 날뛴다 하더라도 이 탑에서 우렉 마지노의 유일한 딸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정도는 잘 알고 있었으니까.

외모도 성격도 저를 많이 닮은 딸은 어떤 면에서는 자신보다 더 대단한 아이였다. 오래된 친우인 백련의 말을 빌려 말하자면 한마디로 아인트는 또라이였다.

 

“나는 여태껏 살면서 너보다 더 한 사람을 만나게 될 거라고는 정말……심지어 그게 네 딸이 될 줄은 생각도 못했어. 아인트는 진짜 탑 최고의 또라이야.”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사고방식과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 행동력은 자신과 비슷했지만, 세상 만사에 무심한 모습은 또 달랐다. 모든 것이 궁금했던 자신과는 달리 아인트가 관심을 보이는 것은 커피와 만화밖에 없었고, 의미 있는 ‘사람’ 또한 자신과 백련뿐이었다. 그랬기에 이미 랭커 이상의 실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77층에서 멈춰버린 아인트가 다시 탑을 오른다고 말했을 때, 심지어 그 이유가 크게 특별할 것 없는 선별인원 하나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혹시 누군가에게 조종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진심으로 의심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솜씨 좋은 부리미는 인간도 조종할 수 있었기에 혹시 어디서 위험한 놈이라도 만나고 온 건지, 아니면 랭커도 아니면서 벌써 가지고 있는 ‘검은-바라쿠다’라는 이명을 좇아 신해어처럼 변해 가는 것은 아닌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지만 아인트만 끼면 ‘그럴 리 없는 일’ 은 항상 현실이 되고는 했기에, 얼토당토않은 생각까지 할 정도로 그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었다.

 

그랬던 자신이 언제부터 저 둘이 함께 있는 것이 익숙해진 것일까.

유한성은 ‘변화’를 원한다고 했다. 탑 밖으로 나가기 위해 모인 월하익송과 달리 각자의 바람을 지니고 모인 퍼그는 위험한 곳이었다. 단순히 자하드에게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품고 있는 것이 이 탑을 송두리째 뒤엎어 버릴 정도로 위험한 것이기 때문에. 게다가 커피 중독자, 유한성의 소망은 그 근본에 가까운 것이었기 때문에 더 위험한 사람이었다. 신념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마저도 아깝지 않을 사람. 그 어떤 것이라도 이용할, 필요하다면 기꺼이 악역이 되어 끝내 원하는 것을 얻고자 할 사람.

아인트를 이용하지 못 하는 것은 그 뒤에 랭킹 4위 우렉 마지노, 자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확실한 관계를 알지는 못하면서도, 몇 번이고 자신을 아인트와 함께 마주했었던 유한성은 알았으리라. 섣불리 말을 올렸다가는 판 자체가 엎어지리라는 것을. 그것은 자신이 보내는 말 없는 경고였고, 딸보다는 조카, 내지는 남매에 가까운 아인트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책임이었다.

 

그렇지만 그게 굳이 내 앞에서 이러는 꼴을 보여 달라는 말은 아니었는데.

단정하게 틀어 올린 노란 머리 위로 자신을 닮은 백금발 머리카락이 쏟아졌다. 까만 후드티 속에 파묻힌 하얀 한복 조각이 작은 웃음소리와 함께 흩날렸다. 날개 6쌍과 붉은 소용돌이무늬가 겹쳐졌다. 그러면서도 결코 선만은 넘지 않으며 꿋꿋하게 ‘친구’라고 말하는 유한성의 목소리가, 그 와중에도 세상 해맑게 웃으며 유한성의 손을 지분대는 아인트의 모습이 눈앞을 알짱거렸다.

  아 진짜 짜증 나.

 

  “너희 왜 내 부유성에서 이러는 건데? 근처에 아인트 부유성 있잖아. 거기로 좀 꺼지면 안 돼?”

 

그래, 여기는 자신의 공간이었다. 이래 봬도 월하익송 부단장인데, 랭킹 4위인데, 왜 저것들은 제집보다 더 편하게 드나드는 거냐고. 아니, 솔직히 그건 상관없었다. 그냥 저 배알 꼴리는 짓을 왜 내가 보고 있어야 하냐는 말이지.

딱 붙어 있으면서 끝까지 아무 관계도 아니라고 말하는 그 고집스러움이 그냥 짜증 났다. 저 음흉한 커피 중독자 놈이 원하는 것을 위해 사이비에 있다든가, 이유는 모르겠지만 ‘예언’을 알고 있었다든가, 그렇기에 바라는 것을 얻기 전까지는 작은 ‘변수’도 허용하지 않기 위해 모든 관계를 그 뒤로 밀었다든가, 하는 복잡한 사정이 있기는 했지만, 어쨌든 짜증 나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분명히 처음에는 유한성이 불쌍했었는데. 어쩌다 아인트 저거에 걸려서 고생하는 건지 싶었는데. 이제는 조금씩 아인트한테 물들어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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