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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상블스타즈(이사라 마오X모모조노 우사)

By. 해달

◇◆◇


 방학을 하면 또 방에 틀어박혀서 만화책이나 보겠지 했던 예상과는 달리, 요즈음의 마오는 하루가 멀다하고 외출을 하고 있다. 거기다가, 나갈 때나 들어올 때나 묘하게 들떠보이기나 하고. 매번 어디가냐는 말에 옆집이라고 하길래 오늘도 리츠를 만나러 가는가보다, 매번 저렇게 챙겨주는 것도 귀찮지 않나, 사실 주변의 소문대로 우리 오빠는 게이인 걸까, 그렇다면 나는 동생으로써 오빠의 성적 취향을 존중해주어야 하는건가- 따위의 고민을 하던 것이 어언 2주. 대체 뭘 하길래 저렇게 매일 같이 가는건가 싶어 리츠에게 물어봤더니 [마~군 안 왔는데?] 같은 답장이나 오고 말이지. 나는 그 메일을 받고 나서야 옆집이라는 것이 근처의 사쿠마 씨네 집이 아니라, 진짜로 물리적인 거리의 옆집을 의미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옆집이라고 하면 최근에 이사온 그 여자네 간걸까. 올 해 초에 옆집으로 이사를 왔다며 인사를 하던 노란머리의 작은 사람. 어린 학생이 혼자 살면 불편하지 않겠냐는 엄마의 걱정어린 말에 이래뵈도 성인인걸요, 라고 말하며 무해하게 웃던 얼굴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에, 그 얼굴로 말이지요…. 나보다도 작은 키에 동글동글한 이목구비가 또래 내지는 연하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무색해졌더라지. 그치만, 아무리 봐도 내 또래 같던데. 마오랑 나란히 둔다면 백 번을 다시 봐도 우리 오빠쪽이 더 연상처럼 보일거라고. 물론, 마오가 노안이라는 말은 아니고. 그 여자가 너무 동안인 것이다.

 …각설하고, 요는. 마오가 그 자그마한 언니네 갔을 확률이 높다는 얘기였다. 처음 이사왔을 때부터 묘하게 신경을 쓰는 것 같더니 벌써 집까지 왔다갔다할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된거야?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도 않았다. 우리 오빠가 이렇게 발랑까진 사람일 줄 누가 알았겠는가! 씩씩거리면서 불만을 토로하다보니, 문득 마오가 오늘도 예의 그 '옆집'으로 출근도장을 찍었단 사실을 깨달았다. 정말로 예의 여자 혼자 사는 집에 간게 맞다면 동생으로서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는 일이었다. 당장 가서 찾아와야지.

 하지만, 어떻게? 갑자기 찾아가서 거기 저희 오빠가 있나요? 라고 물을 순 없는 노릇이 아닌가. 당장 갈 수가 없다고 생각하니 괜히 마오가 정말로 그 곳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아아, 정말! 어떡하면 좋아! 애꿎은 머리칼만 배배 꼬며 괴롭히던 도중, 문득 식탁 위에 어제 잔뜩 만들어두었던 빵이며 쿠키 따위가 눈에 들어왔다. 또 양 조절 못하고 잔뜩 만들었다며, 이걸 누가 다 먹냐고 괜히 혼났던 기억이 난다. 좋아, 역시 그냥 찾아가면 이상할테니까 빵을 가져다 주자! 쿠키도 조금 넣고. 너무 많이 만들어서 곤란해가지고 챙겨와 봤다고 하면 자연스러울테지. 음, 좋아. 역시 난 똑똑해.

 대충 비닐봉투에 빵이며, 쿠키를 잔뜩 담아서 돌돌 말고 종이 가방에 쑤셔넣자 적당히 그럴듯해 보였다. 무기는 챙겼고, 시계를 보니 어느덧 오후 5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다. 두어 시간 뒤면 마오가 돌아올 시간이니까 현장을 습격하려면 얼른 가는게 좋겠네. 급한 마음에 신발 뒷축을 구겨신고 그 짧은 거리를 후다닥 달려갔다. 새로 지은 깔끔한 주택을 보니 괜히 긴장되는 것은 어쩔수가 없어서, 크게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초인종을 눌렀다. 띵동, 경쾌한 벨소리가 들리고, 문 너머에서 잠시만요- 하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와, 이제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이다. 쭈뼛 긴장이 돌아 괜히 발가락이 움츠라들었다.

"올 사람이 없는데 누구, 어라, 너는 이사라 씨네…"
"그, 저기, 저는… 빵인데요! 너, 너무 많이 만들어서! 괜찮다면 좀 드시라고!!!"

 악! 인사도 채 하지 않고서 두서없이 튀아나가버린 말에 급격한 부끄러움이 밀려들어왔다. 심지어 혀를 깨무는 바람에 말도 다 못 끝냈어! 내 바보같은 모습을 비웃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괜히 속으로 머리를 쥐어뜯고 있으려니 문틈 사이로 빼꼼 내밀어진 노란머리의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문을 열어젖혔다.

"고마워라! 단 거 엄청 좋아하는데. 아, 여기서 이럴게 아니라 잠깐 안에 들어올래요?"
"앗, 저어. 하지만…"
"급한 일이 있는게 아니면 사양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음료수라도 한 잔 마시고 가요!"

 특유의 순해보이는 얼굴로, 또랑또랑하게 눈을 맞추며 제안하는 그녀의 말에 등으로 식은땀이 흘렀다. 저, 정말로 마오가 여기 있는게 맞는걸까…. 마치 이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 마냥 눈매을 곱게 휜 여자가 말을 이어 덧붙였다.

"마침 마오도 와있으니까, 같이 놀다 가요. 곧 돌아갈 시간이니까 조금 있다가 같이 가면 되지 않을까?"

 특유의 발랄한 목소리에, 잔뜩 긴장해서 잊고 있던 목적이 파밧! 하고 떠올랐다. 맞다! 이사라 마오!! 설마설마 했었는데 정말 이곳에 있었구나! 나를 이 고생 시켜놓고 여기서 놀고 있었단 말이지? 비록 이 고생이 내가 자처한 일이라고는 하지만 괘씸한 건 괘씸한 거였다. 그러면, 염치불구하고 실례하겠습니다!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이니 그녀는 잘 되었다며 답싹 손을 잡곤 두어번 흔들렸다.

"마나미쨩 맞지? 마오한테 얘기는 많이 들었는데~ 아참. 내가 연상이니까 말 놔도 괜찮을까?"
"아, 네…. 괜찮아요."

 그 짧은 사이에 숨은 쉰건지 잔뜩 재잘거리는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야 아차 싶어졌다. 이 여자, 은근 마이페이스구나. 어느새 종이가방은 자신이 받아 들고, 반대쪽 손으로 내 손을 잡아당기며 그녀가 거실쪽을 향해 외쳤다.

"마오~? 마나미쨩 왔는데!"
"으응, 그렇구나…가 아니라, 마나미가!?"

 마나미가↗!? 하고 삑사리와 함께 으악! 하는 비명도 들리고, 쿠당탕 하고 떨어지는 소리도 들렸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깔끔한 아이보리색 벽지로 도배된 벽과, 그 한 면을 반쯤 차지하는 파스텔톤의 노란색과 분홍색의 아기자기한 쿠션이 놓여있는 커다란 흰 쇼파…와 그 밑에서 구르고 있는 마오였다. 필시 방금 전까지 팔자좋게 소파에 늘어져 만화를 보고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마오가 당황스러움과 떨떠름이 반반씩 섞인 얼굴로 몸을 일으켜세우며 입을 열었다.

"너가 왜 여기에 있어?!"
"그야―"

 널 찾으러 온 거잖아, 바보! 욱해서 외치기 전에 자연스럽게 옆에서 휙 끼어든 여자가 힛죽,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빵을 너무 많이 만들었다면서 가져다 주러 왔대. 상냥하지? 마침 마오도 있으니까 들어왔다 가라고 했어."
"아, 음… 상냥…."

 어쩐지 할 말이 많아 보이는 표정으로 나와, 그녀를 번갈아가면서 보는 마오를 흘겨보자 어깨를 으쓱이곤 대강 얼버무린다. 여전이 미심쩍은 눈이긴 하지만…. 뭐, 왜, 뭐. 내가 가끔은 좀 그럴수도 있지. 사실 순수한 의도는 아니었다는 점에서 조금 양심이 찔리기는 했다. 그치만 의심은 합당했다고! 젊은 남녀가 한 집에 있으면 이런 일도 저런 일도 생길 수 있는 법이지. 그리고, 내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마오가 그렇게 순진무구한 성격도 아니고… 아니, 오히려 응큼한 구석도 좀 있는 것 같지. 사실 걱정해야했던 건 마오 쪽이 아니라 저 언니쪽이었던게 아닐까.

 음료수라도 가져오겠다며 어느샌가 자리를 벗어난 그녀를 뒤로하고, 몸을 일으켜 대충 바닥에 자리를 잡고 앉은 마오에게 슬금슬금 다가가 지척에 자리를 잡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마오."
"응?"
"혹시 저 분이랑 사귀는 거야?"
"하아?"
"아님 말구."

 뭐어, 만약에 사귀고 있다고해도 제대로 사귄다고 말해주진 않을거라고 예상하긴 했다. 그닥 유명하진 않지만 어쨌든 마오는 아이돌을 목표로 하고 있고, 아이돌에게 여자친구라던가 연애 스캔들 같은 것은 치명적이니까. 그럴 수 있지. 혼자 납득하고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자, 황당한 얼굴로 말을 잇지 못하던 마오가 이내 미간을 좁히며 이마에 딱콩 꿀밤을 놓았다. 아팟!

"왜 때려!?"
"무슨 생각을 하고 온건진 모르겠는데, 우사 씨랑 나는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이 아니니까 이상한 상상은 하지 말아줄래~?"
"이, 이상한 상상 안했거든! 애초에 네가 매일같이 여기에 들락날락하니까 그런거잖아!"
"자주 오긴 했지만, 절~대 그런 사이는 아니라고. 단순히 취미가 비슷하고 말이 잘 통하는 친구사이 같은 거야."

 그리고 이렇게 의심하는 건 우사 씨한테 실례기도 하고. 그렇게 덧붙이며 툴툴거리는 것과는 달리, 머리칼 사이로 비죽 보이는 귓바퀴가 발그스름하다는 건 알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게다가 두 사람 벌써 요비스테도 하는 것 같은데 이정도면 사귀는 사이까진 아니더라도 최소한 썸타는 사이라는 게 아닐까. 괜히 아프지도 않은 이마를 문지르다가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그래, 두 사람이 좋다는데 어쩌겠어. 우사 씨…도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고.

 우사 씨가 성인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아 보이지도 않고. 무엇보다 응큼한 구석이 있다고 해도, 여태까지 그래왔듯이 마오가 알아서 잘 처신하리라 믿는 것도 없다곤 못하겠다. 응석받이인 나랑은 다르게, 오빠인 마오는 예전부터 뭐든 혼자서 척척 해내곤 했으니까. 크게 걱정하지 않더라도 언제나처럼 괜찮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거랑 별개로, 가족들에게까지 숨기려고 한건 조금 섭섭하기도 했다. 내가 그렇게 믿음을 주지 못했던가? …무, 물론 가끔 심술을 부리긴 했지만. 오빠로서 그정돈 좀 애교처럼 봐줄 수도 있는 거 잖아! 억울한 마음에 기어이 심술 한 조각이 삐죽, 새어나와 버렸다.

"네에네에, 알았어. 그래도 엄마한텐 비밀로 해주는게 좋지?"
"으음, 하긴. 남자가 여자 혼자 사는 집에 아무렇지 않게 방문하는 건 모양이 조금 그런가."
"그러면 이번만 특별히 비밀로 해줄테니까 대신 나중에 치아키 씨 싸인좀 받아다 줘."
"…너 사실 그게 목적이었던거지?"
"같은 동아리라며. 어려운 것도 아닌데 좀 받아다 줘, 친구랑 약속했단 말야!"

 하아,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마오에게 꼭 받아다 줘야 한다는 다짐까지 해주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마오가 의아한 얼굴이 되어선 덩달아 엉거주춤 일어났다.

"됐어. 난 먼저 갈테니까 천천히 놀다 와."
"우사 씨가 음료수도 챙기러 갔는데 벌써 일어나려고?"

 그야 하나뿐인 오빠가 기껏 연애좀 해보겠다고 하는데 방해할 순 없잖아. -라는 말이 턱 끝까지 차올랐으나 겨우 삼켰다. 조금 짜증나지만, 아직까지 마오는 나에게 연애한다는 사실을 알려줄 의향이 없어보이니 말이다. 대신 오늘까지 하려고 했던 방학숙제가 있다고 대강 둘러대고선 현관으로 향하는데 반대편에서 쟁반에 주스며, 케이크 따위를 챙겨온 우사 씨가 어라, 하며 이쪽으로 다가왔다.

"벌써 가려구? 간식도 먹고 좀 더 있다가지…."
"아니예요. 해야 할 방학 숙제가 있는데 지금부터 부지런히 해야 끝낼 수 있을 것 같아가지구요."
"그렇구나, 음. 그래도 아쉬운데. 언제든 괜찮으니까 나중에라도 또 놀러와."

 정말로 아쉽다는 양 눈꼬리를 추욱 늘어뜨리는 것이 어쩐지 이름대로 작은 토끼가 시무룩해진 것만 같았다. 귀, 귀엽긴 하네. 마오의 취향은 이런 쪽이었던 건가…. 하마터면 지금도 괜찮다고 대답해버릴 뻔한 것을 간신히 추스르곤 겨우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서야 시무룩한 표정을 누그러뜨린다. 음, 역시 좋은 사람 같지. 아무래도 마오는 주변 사람들을 챙기고 다니는게 익숙하니까, 어쩌면 이렇게 좋은 어른이 옆에서 챙겨줄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 음. 우리 오빠가 비록 조금 사람 보는 눈이 없고, 엉큼한 구석도 있긴 하지만요."
"으응?"
"그렇지만 나름대로 성실하고, 또 제법 이것저것 잘하는 것도 많고 하거든요."
"그렇…지?"
"그쵸, 그러니까. 우사 씨, 아니, 언니."

 저희 오빠, 잘 부탁드릴게요! 손을 꼬옥 붙잡고 말하자 어리둥절 눈만 깜박이던 우사 씨가 풋, 하는 소리를 내며 웃음을 터뜨렸다.

"뭔진 모르겠지만 마나미, 아니, 이사라 쨩은…"
"마나미라고 부르셔도 괜찮아요!"
"아하하, 고마워. 마나미 쨩은 마오를 정말 좋아하나 보구나?"

 마나미쨩이 걱정하지 않도록 노력할게. 그렇게 말하며 찡긋 윙크하는 것이 퍽 장난스러웠음에도, 어째선지 제법 믿음직스러운 느낌이 들어 마음이 놓였다. 언제나 다른 사람들을 챙겨줄줄만 알지, 정작 본인의 일에는 무감각하다시피한 오빠가 좋은 사람을 만난 것 같아서 안심이기도 하고. 한 쪽은 제대로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다지만, 그래도 두 사람 다 제법 믿음직스러우니 알아서 잘 하겠거니 싶기도 했다.

 …그치만, 역시 숨기려고 한 건 괘씸하니까. 당분간은 마오에게 조금 심술을 부릴지도 모르겠네.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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