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of the darling of all hearts?>
: 세상엔 언제나 변수와 예외가 존재해.
* 미카도 나기(帝ナギ)가 1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바라본 오오토리 에이지와 아오이 나츠카.
* 시간적 배경은 에이지와 츠카의 연애 시작 직후이나, 회상을 통해 연애 전의 일들이 전개됩니다.
* 헤븐즈(HEAVENS)는 에이지와 나기가 속해 있는 7인조 아이돌 그룹명, 엔젤(Angel)은 헤븐즈의 팬들을 칭하는 공식 명칭입니다.
By. 나츠카
* * *
ガチ恋製造機 (가치코이 제조기)
에이지는 사람을 사랑에 쉽게 빠지게 만드는 타입.
이렇게 말하기만 해도 대부분 눈치챘겠지만, 여기서의 사랑은 우리가 헤븐즈로서 엔젤들에게 받는 사랑과는 다르다. 로맨틱하다고 해야 하나― 아, 가치코이(ガチ恋) 쪽이 더 정확할지도? 이건 예전에 SNS에서 엔젤들의 반응을 구경하다 알게 된 단어인데, 당시에 봤던 트윗의 내용은 이랬다.
「에이지 군은 정말 가치코이 제조기(ガチ恋製造機)구나, 그런 부분 정말 좋아하지만 말야♥」
뭐야. 그러고 보니 아예 나기가 이 단어를 알게 된 것도 에이지에 의해서인 거나 다름없네!
어쨌든 이때 가치코이가 뭔가 싶어서 찾아봤는데, 진지한 연애감정 혹은 연예인에 대해 팬을 넘어선 연애감정을 의미한다고. 이 단어, 꽤 위험하긴 하지만(이 엔젤은 아예 에이지를 가치코이 제조기라고까지 칭했고!) 에이지가 받는 특별한 사랑을 설명하기엔 적합할지도 모른다.
에이지는 아이돌로서도,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도 가치코이에 포함된 두 종류의 사랑을 전부 불러내니까. 뭐, 정작 본인은 그걸 의도하지도 눈치채지도 못한 것 같지만 ……. 오히려 그런 둔한 부분이 에이지의 '가치코이적' 매력이라 할 수 있으려나.
우주 제일로 큐티한 데다 눈치도 빠른 천재 아이돌, 미카도 나기가 장담하는데! 아마 여태까지 헤븐즈가 새 촬영에 들어가면서 새로운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그 중 한 명쯤은 반드시 에이지를 진지하게 좋아했던 적이 있을 거다.
에이지는 원래도 남을 잘 살피는 성격이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무해하며, 언제나 상냥하니 누구나 좋아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내가 봤던, 에이지를 연애대상으로 좋아한 사람들은 대부분 에이지와 개인적으로 대화를 나눠봤던 이들이었다.
나는 에이지가 정확히 그들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아마 그들은 에이지의 100% 순수함이 담긴 배려나 칭찬의 말을 직구로 맞았을 것이다. 딱 한 번, 우연히 옆에 있었던 탓에 한 여성 작가가 에이지에게 사랑에 빠진 순간을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내리게 된 결론이다.
그날은 촬영 하나가 완전히 끝났던 날이었다. 에이지는 그때 관계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인사를 하러 다녔는데, 그 작가에게도 직접 찾아갔었던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 작가가 무명이었다는 점. 게다가 대본에서 작은 파트밖에 맡지 못해 현장에도 별로 오지 못했던 사람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에이지가 자신을 기억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일단 엄청나게 놀란 것 같았다.
'사실 수고의 인사를 들어야 하는 건 제가 아니라 오오토리 씨가 아닐지 …… 정말 고생하셨어요. 그리고 저는 대본의 아주 조금밖에 담당하지 않았었는데, 저를 기억해 주셨다는 것만으로도 감사드려요.'
'아유카와 씨는 이번 촬영의 소중한 작가시니 제가 기억하는 건 당연해요! 그리고 아유카와 씨가 담당하신 파트는 짧은 게 너무 아쉬울 정도로 재미있었는걸요. 숙소에 돌아가서도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었어요. 이렇게 멋진 대본을 쓰신 작가님을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잖아요.'
'…….'
'앗, 혹시 제 말이 부담스러우셨다면 죄송해요 ……. 대본을 잘 살리고 싶어서 열심히 노력했는데, 부디 아유카와 씨의 마음에도 드셨으면 해요.'
'에? 부담스럽다니 전혀 그렇지 않아요! 또 오오토리 씨의 촬영은 정말 최고였어요. 그저 …… 이런 칭찬을 들은 게 처음이라.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 정말 고마워요 …….'
'다행이에요! 제 말을 기쁘게 받아주셔서 제가 더 기분이 좋네요. 언젠가 아유카와 씨의 멋진 대본과 또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후 에이지는 곧바로 다른 스태프에게 인사를 전하러 떠났지만, 그녀는 얼굴을 붉힌 채 한동안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에이지처럼 마냥 스트레이트한 성격도, 사랑에서는 가끔 저렇게 치사하다고(ずるい) 느낄 수가 있단 말이지. 에이지에게서 배어 나오는 따스함은 마치 절대 가릴 수 없는 빛과 같았다. 마음을 자연스레 허물어버리는 빛에 이끌리는 건 당연할 수밖에.
The darling of all hearts (만인의 연인)
헤븐즈로 에이지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적에는, 이런 사람들이 하도 많다 보니 나름 고민도 했었다. '갑자기 에이지가 이 중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이랑 연애하는 거 아냐?' 하고.
하지만 에이지의 연애가 성립되기 굉장히 까다롭다는 걸 깨닫는 때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건 에이지 쪽이나, 에이지를 좋아하는 쪽 모두에게 어려운 문제였다.
먼저, 엔젤들은 물론이고 에이지를 좋아하는 연예계 관계자들도 어쩐지 그를 만인의 연인으로만 두고자 했으니까. 가치코이 트윗을 썼던 엔젤도 「에이지 군은 모두에게 가치코이 느끼게 하는 걸 감수하고 좋아하는 거니까, 모두 마음껏 즐기자~!」라는 말을 덧붙인다든지. 그리고 에이지 오시(최애)의 유명한 엔젤 중 이치카라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도 저번에 「에이지 씨의 존재 그 자체가 자신의 기쁨이자 행복이고, 그의 옆에서 그를 지켜보고 응원할 수 있다면 저는 만족해요. 연인이 되고 싶은 건 아니에요.」란 글을 썼었다.
스태프들도 이런 엔젤들의 입장과 같았다. 에이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렇게 다 비슷했다. 전부 솔직하게 애정을 드러내면서도, 막상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있는 게.
뭐, 그 결정적 이유는 에이지에게 있는 것 같지만. 에이지의 사랑은 늘 누구에게나 공평하니까.
에이지의 넘쳐흐르는 다정함에 녹아내릴 것 같아도, 때때로 그 사랑 속에서 특별함을 느껴도. 에이지의 사랑은 받는 사람들에게 이것이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느끼게 하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에이지 본인은 연애적 사랑에 쉽게 빠지지 않으니까. 오히려 에이지는 실제로 팬으로서의 사랑에 자주 빠진다. 동경하는 사람에게 꽂힌다고나 할까?
그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ST☆RISH의 이치노세 토키야인데 ……. 듀엣 프로젝트 때문에 첫 회의를 하고 오더니, 도대체 그가 얼마나 마음에 들었던 건지. 그날부터 매일같이 우리는 에이지와 이치노세 토키야의 (운명적인) 첫 만남 얘기를 들어야 했다. 하도 많이 들었더니 나중에는 이런 일도 있었지.
'이치노세 씨와 첫 회의가 있었던 날은 정말 긴장해버려서, 약속 장소에 30분이나 일찍 도착해버렸어. 하지만 여전히 긴장되는 건 마찬가지라.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
'에이이치와 외국에 갔을 때 봤던 뮤지컬의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더니~'
'훗! 운명적이게도 토키야도 그 곡을 알고 있어서, 으챠!'
'…… 함께 그 곡을 …… 부르게 되었고 …….'
'아아, 그것은 세상의 온 별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화합과 천상의 하모니였노라 …….'
'엣?'
'에이지, 이미 몇 번이나 들어서 외워버렸다구~.'
'아아! 미안해, 그때가 정말 기뻤어서 그만 ……! 모두가 내 말을 대신 이어줬네.'
이런 느낌으로.
에이지가 열을 올리는 사랑은 그 크기에 관계없이 대부분 동경이나 감탄으로서만 존재했다. 애초에 아이돌이 만인의 연인이라 불리는 직업이긴 하지만, 이런 면에서 에이지는 그 타이틀에 특히나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모두를 사랑에 빠지게 만들면서도 본인은 흔들리지 않아서, 적절히 달콤한 거리를 만드는.
Exception (예외)
세상에는 언제나 예외가 있다.
내가 위에서 말한 것들은 정말 다수의 경우를 말한 것이다. 세상엔 에이지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아이돌이 아니라 진지한 연애 상대로서 에이지를 바라보는 엔젤도 있고, 어쩌면 에이지에게 고백한 사람들도 있을지 모른다(에이지도 이런 건 말해주지 않으니까 확실히 알 수는 없다).
그건 에이지의 사랑도 마찬가지였다.
오늘 에이지는 갑자기 숙소로 엄청나게 맛있는 딸기 케이크를 가져왔다. 그리고 모두를 불러놓은 뒤, 치사하게 맛있는 걸 먼저 잔뜩 먹여놓고 에이지는 넌지시 본론을 꺼냈다.
"사실 모두에게 할 말이 있어."
잠깐의 적막 속에서, 긴장 때문인지 떨리는 목소리로 에이지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나, 연애를 …… 시작했어!"
그리고 에이지는 그를 바꿔버린 변수의 이름을 말했다. 아오이 나츠카라는 작곡가의 이름을.
秘密のdéjà vu (비밀의 데자뷰)
내가 나츠카를 처음 봤던 때는 올해 1월 초였다.
바쁜 스케줄 때문에 평소처럼 촬영장들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그날따라 자꾸 이상한 이질감이 느껴졌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여태까지 없었던 누군가가 갑자기 생긴 듯한 느낌이랄까.
오감을 곤두세우고 주위를 열심히 살핀 결과, 나는 결국 수상한 사람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새 촬영장에 도착할 때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에만 가만히 앉아 있는 밤색 머리칼의 여자아이.
'여자애? 에이지나 키라랑 비슷한 나이쯤으로 보이는데 …….'
그 애는 구석에 앉아 촬영장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손에 들고 있는 수첩에 뭔가를 계속 열심히 적었다. 한 촬영이 끝나면 가장 먼저 후다닥 자리를 비웠고, 우리가 그 다음 장소로 도착했을 때엔 이미 그곳 구석에 조용히 자릴 잡고 앉아 있었다. 정말 뭐지?
그래도 일단 모든 장소에 성공적으로 들어왔다는 건, 최소한 불법으로 잠입한 건 아닐 테지. 첫날은 이렇게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정식 관계자도 아닌 사람이 이런 생활을 계속 반복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그 다음 날에도 그 애는 모든 스케줄 장소들에 나타났다. 게다가 갑자기 그날부터는 스태프들과 함께 일을 하기 시작했다! 아니, 어제까지는 외부인처럼 그냥 앉아만 있었잖아?
그래서 이번엔 그 애가 견습 스태프일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우선 옷부터가 스태프들의 복장과는 너무 다른데. 이 수상한 사람이 입고 있는 옷은 스쿨룩이나 데이트룩에 가까웠다. 또 스태프라 해도 모든 촬영 장소에 나타날 이유는 없지 않나? 보통 현장마다 스태프들은 따로 있으니까.
셋째 날에는 그 애가 감독들과도 갑자기 하하호호 이야기를 나누는 걸 보고 비로소 깨달았다.
'아! 사장이 붙인 감시자구나!!'
왜 더 빨리 눈치채지 못했을까? 사장 …… 그렇게 헤븐즈끼리 알아서 잘 해보겠다고 말했는데도! 자기도 이제부터는 우리에게 모든 걸 맡겨보도록 하겠다고 대답해놓고서, 뒤로는 이렇게 내부 감시자를 심다니?
화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또, 첫날부터 감시자를 발견했으면서도 이제야 그 정체를 깨달은 자기 자신과 아직 촬영중이라 바로 움직일 수 없는 이 상황이 원망스러웠다. 다음 휴식 시간이 오면 일단 모두에게 나기의 관찰 결과를 말해줘야지. 제대로 눈치챈 건 나밖에 없는 것 같으니! 정말, 모두 주의성이 부족하다니까. 이런 생각을 한창 하다가, 나는 눈을 흘겨 다시 그 감시자 쪽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문득 시선에 걸린 건, 누군가와 얼핏 닮은 듯한 무해한 미소.
이건 누구와의 데자뷰지? 오묘한 느낌이 들었다. 이때는 내가 무엇을 연상했는지 알지 못했다. 그저, 갑작스레 조금이지만 그 애가 불쌍해져서― 적어도 겁을 줘서 쫓아내지는 말자고 생각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레이징 사장의 명령대로 했을 뿐일 테니까.
이윽고 기다리던 휴식 시간이 돌아왔다. 모두를 불러모을 생각으로 입을 열려던 순간이었다.
"있지, 모두! 잠깐 나기 말 좀―"
"아오이 씨!"
갑자기 에이지가, 처음 듣는 누군가의 이름을 외치면서 세트장을 벗어나 저만치 달려갔던 것이다. 그리고 에이지의 말에 고개를 들어 응답한 사람은 바로 그 감시자였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나는 그저 아연해져서 에이지의 쪽을 바라보았다.
뭐야, 이건 무슨 상황이지 ……?
"오늘은 조금 늦게 오셨네요, 아까 촬영이 시작하기 전에는 아무리 찾아도 보이시질 않아서."
"앗, 죄송해요! 시간에 맞춰서 바로 왔어야 하는데. 사무소 …… 가 아니라! 학교에서 잠깐 일이 있어서요."
"아! 아오이 씨께 뭐라고 한 게 아니에요! 나무라는 것처럼 들렸다면 미안해요. 저는 이걸 전해주고 싶어서 그랬어요. 아까 스태프분들께 과자를 모두 나누어 드렸는데, 아오이 씨가 드실 분도 남겨 두었어서."
"어? 제 몫이요?! 하지만 오오토리 씨, 저는 스태프도 아닌걸요 ……!"
"그래도 이번 달은 촬영장에 계속 오시기로 했잖아요? 또 아오이 씨가 옆에서 이것저것 일도 많이 도와주신다고 스태프분들께서 말씀하시던데요! 정말 도움이 많이 된다고 엄청 칭찬하셨어요."
"으아, 쑥스러워라 ……. 그냥, 전부 바쁘신데 혼자 가만히 있기가 뭐해서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이에요. 또 일을 하면 스튜디오의 분위기에 녹아들 수 있으니까, 아이디어 찾기에도 더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과자 정말 감사해요."
에이지는 그 감시자 여자애에게 과자를 건네주더니, 한동안 즐겁게 이야기하다 다시 이쪽으로 돌아왔다. 나는 원래 하려던 말을 집어넣고 에이지에게 곧장 달려가 물었다.
"에이지, 어떻게 된 거야? 저 신입 감시자랑 아는 사이야?"
"응? 가, 감시자라니?! 나기, 설마 아오이 씨를 말하는 거야?"
"저 애, 월요일부터 모든 스케줄을 따라다니던데? 스태프라기엔 이것저것 잡일들만 하고 구석에만 있는 걸로 봐서, 분명 사장이 헤븐즈에게 붙여둔 감시자라고 생각했어."
"아 …… 미안, 미리 설명해줄 걸 그랬어. 나기가 그렇게 오해할 줄 몰랐네 …… 저 분은 내 작곡가야. 아오이 나츠카 씨라고 해."
"작곡가?"
"저번에 내 솔로곡을 장기 프로젝트로 하게 됐다고 말했었잖아. 딱 한 사람의 작곡가하고! 그 사람이 바로 아오이 씨야."
"뭐?!"
에이지의 새 솔로곡 프로젝트라면 알고 있다. 그 레이징 사장이 준 게 확실해? 라고 생각될 정도로 무모하고 특이한 계획. 담당 작곡가와 에이지 오직 둘만 뭉쳐서 모든 걸 만들어내는 1년 동안의 스페셜 장기 프로젝트라나. 그러고 보니 에이지는 며칠 전 첫 회의에 다녀왔다고 했는데, 왜인지 이에 대해 많이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그저 정말 신선하고 재미있는 시간이었다고 간단히만 말했을 뿐이다. 보통 음악 작업을 새로 시작할 때마다 수다쟁이가 되는 에이지인데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었지.
그래, 그러니까 그 작곡가가 에이지 또래의 여자애란 것도 나는 몰랐다. 말해주지 않았으니까! 게다가 처음 보는 작곡가인 걸로 봐서는 그다지 경력도 없는 것 같은데. 나는 한 사람이 에이지의 곡 컨셉이고, 작곡이고, 어레인지고, 의상이며 무대 디자인까지 다 맡는다길래 분명 나이가 지긋하게 든 거장일 줄로만 알았다.
"장기 프로젝트니까 같이 구상부터 천천히 해나가기로 했거든. 그런데 아오이 씨가 먼저 촬영장을 견학하시고 싶다 하셔서. 내가 실제로 활동하는 걸 보면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싶으시대. 그래서 한 달 동안은 내 스케줄을 마음대로 보실 수 있도록 해뒀어."
"에이지, 그런 건 우리한테도 미리 말해주면 좋았잖아~!"
"아, 아무래도 그렇지?! 미안해, 나기. 괜히 큰 오해를 하게 만들었네. 혹시 몰라서 형에게만 미리 말해뒀었지 뭐야. 모두에게도 오늘 말해야겠다."
에이지는 멋쩍은 듯, 손으로 목 쪽을 비스듬히 짚으며 웃어 보였다. 정말, 항상 모든지 말해주던 에이지가 왜 갑자기 자잘한 걸 숨겼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에이지, 저 작곡가한테 오늘에서야 처음으로 말 거네. 딱히 챙기지 않아도 괜찮은 거야?"
"으응, 나도 어느 정도는 그렇게 하고 싶었는데. 아오이 씨가 사양하셔서 ……. 촬영장도 혼자서 이동하시겠다는 걸 겨우 내가 설득해서 매니저분들과 함께 가시도록 했는걸."
에이지는 이 대답을 하면서 슬쩍 고개를 돌리더니, 어딘가를 향해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쪽엔 똑같이 환한 미소를 지은 채 손을 마주 흔드는 나츠카가 있다.
나는 시선을 그녀에게서 언뜻 아래로 내려봤다. 나츠카의 오른손은 평소처럼 수첩과 볼펜을 쥐고 있었지만, 오늘만큼은 왼손에도 다른 물체가 소중히 쥐여 있다. 에이지가 방금 건넸던 과자.
또 그 애의 밤색 눈동자는 그 어떤 때보다도 유난히 반짝이고 있었다.
"있잖아, 에이지."
"응?"
"저 애, 에이지의 팬인가 본데?"
"아, 맞아! 아오이 씨도 엔젤이시니까."
"에?"
"첫 회의 때 그런 이야기도 했었거든. 아오이 씨도 헤븐즈의 엔젤이라고 하셨어. 나랑 반, 야마토, 시온이 유학에서 돌아오고 나서, 우리가 막 7명이 되었을 무렵부터의 초기 팬이라고!"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고 …… 당연히 헤븐즈는 좋아하겠지! 이 세상에 헤븐즈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겠어?! 눈이 제대로 달려 있다면 그러면 안 되지!"
그냥 이건 에이지에게 한 번 경우의 수를 떠본 거였다. 에이지의 프로젝트는 정말 이상했으니까. 애초에 이런 프로젝트가 승인될 수 있었던 것도 신기하다고. 그러면 저 아오이 나츠카에게 뭔가 있는 게 아닐지 예상해봤을 뿐이다. 지금 보이는 것만 봐도 나츠카는 충분히 에이지에게 호감이 있는 것처럼 보이고. 만약 나츠카가 에이지의 엔젤이고, 충분히 높은 사람이라면 프로젝트의 이유가 어느 정도 설명이 됐기 때문이다.
이런 낌새를 못 느낄 정도로 에이지가 둔감하지는 않을 텐데.
눈길을 에이지 쪽으로 다시 주고 나서야 나는 에이지의 태도가 애매하다는 걸 눈치챘다. 에이지는 웃고 있었지만 조금 난처해 보였다. 그래서 난 질문하기를 그만뒀다. 그 이후에는 적당히 얼버무려 넘어가 줬다. 그게 아마 그 순간 에이지가 바라던 것이었을 테니까.
그렇게 약 한 달 간 계속 헤븐즈의 촬영장들을 맴돌던 나츠카는 어느 날인가부터 나타나지 않았고, 그렇게 점점 기억에서 잊히는 듯싶었다.
내가 이날 나츠카에게서 잠시 느꼈던 데자뷰는 에이지와 닮은 잔상이었다는 것. 에이지가 나츠카에 대한 말을 하지 않았던 이유와, 이 시기에 에이지가 했었던 생각은 정확히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에이지와 나츠카의 프로젝트가 생겨난 그 전말.
마지막으로 나츠카는 에이지를 사랑에 빠지게 만들 수 있는 변수의 사람이었다는 사실까지.
내가 이를 전부 알게 되기까지는, 이 날로부터 약 1년이 흐른 오늘에서야 비로소 가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