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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죠의 기묘한 모험(쿠죠 죠타로×네로 A. 체펠리)

By. 세리엘

 

 

 

 

만약 이게 소설책이라면 제일 첫 문장은 ‘최근 나, 쿠죠 죠린에게는 작은 골칫거리가 생겼다’로 시작하고 싶다. 엔리코 푸치와의 격렬한 대립은 때 이른 승리로 끝을 맺었고 SPW 재단에서 파견했다는 어느 이상한 변호사의 도움으로 누명이었음을 입증하고 무죄로 석방될 수 있었다. 여기까지만 듣는다면 누구나 이렇게 생각하겠지. 말 그대로 해피엔딩이잖아? 더 문제될 게 남았어? 하지만 마냥 그렇게 마무리 짓고 편하게 아무 생각 없이 일상을 누렸다면 이 이야기가 나올 일조차 없었을 거다. 아, 미리 말해 두겠지만 안나수이의 청혼 관련으로 고민하는 건 아니니까!


내게는 어렸을 때부터 줄곧 망할 아버지보다도 더, 화목한 가정에서 볼 수 있을 법한 평범한 아빠처럼 대해준 사람이 있는데, 왼쪽 눈 밑의 반점 두 개와 백금발이 눈에 띄는 특징인 그 사람은 어엿한 60대가 된 지금도 꼭 20대, 아니 많게 봐도 30대로 보이는 외모를 지녔다. 본인이 말하기를 파문인지 파도인지 하는 특이한 초능력의 효과 중 하나로서 노화가 늦게 오는 거라나 뭐라나. 고열로 앓아누웠던 어린 시절 땀으로 흠뻑 젖은 내 머리를 쓸어 주던 자상한 손길과 걱정스럽게 내려다봐 주던 깊은 사파이어 빛도, 금전적 지원은 물론 잊을 만하면 찾아와 선물을 안겨주며 미안하다는 듯이 웃던 모습도, 아직까지 생생히 떠올릴 수 있다. 그랬던, 내게 있어 날 ‘죠죠’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이상적인 아버지상이던 사람이 예전에 저 아버지와 연애를 했었다니? 게다가 이제는 둘이서 황혼 결혼을 하겠다니? 당신들 나이 차이에 대한 자각은? 그 이전에 도대체 무슨 계기로 갑자기?


얼음이 달그락, 소리를 내며 녹아가는 긴 컵과 청량한 느낌을 주는 디자인의 테이블 위로 옅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비킬 줄을 몰랐다. 그러니 자연히 나는 꼬리에 꼬리를 물던 물음표들을 여전히 뇌리에서 곱씹으며 고개를 들어 올리게 됐다.

“역시 죠린 씨였슴까? 여기서 뭐 하세요?”

독특한 헤어스타일과 낯익은 흑발과 금발. 이 둘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내가 고개를 까딱, 가볍게 기울이 걸 합석에 대한 제안으로 여겼는지 먼저 말을 걸어온 죠스케도 그 옆에 있던 죠르노도 각자 내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뭐, 틀린 해석은 아니니 가만히 있었지만.

“누가 계속 꼬나보고 있나 해서 시비라도 걸려는 줄 알았는데 죠스케였어? 진작 말하지. 그리고 웬일로 죠르노도 같이 있었네.”
“하마터면 영문도 모르고 맞을 뻔했네…. 꼬나보다뇨. 오해라고요, 오해.”
“이번에 같이 점심을 먹기로 했거든요. 그래서 잠시 방문을. 그러는 당신은 여기서 뭐 하는 중이었습니까? 죠린.”
“여기서 맛있어 보이는 브런치 세트를 팔길래 그걸 먹는 김에 저기 있는‘저거’를 보던 중.”
“저거? ……아.”

그래, 저거. 그런 말을 덧붙이며 삿대질한 그 끝에는 앳된 후손들의 시선이 자기에게 몰린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 양 서로 마주 앉아 여유롭게 한낮의 카페 데이트를 만끽하고 있는 두 중년의 모습이 있었다.

“저분은 죠타로 씨, 인 건가? 그럼 저 옆에 있는 건 네로 씨죠? 어쩐지 둘 다 조~~~금 연세가 좀 있어 보이는데.”
“맞아, 우리 아빠랑 네로 아저씨. 정확히는 내 시대의 사람들이 같이 놀러 온 거니까 죠스케나 죠르노가 아는 모습들이랑은 조금 다르겠네.”
“죠린 씨네 시대라면, 그때쯤의 나이가……. 헉. 40살?! 그, 그럼 네로 씨도……완전 할아버지잖슴까?!”

점원이 가져온 메뉴판을 들고 내 앞의 브런치 세트와 똑같은 걸 두 개 주문하는 죠르노 옆에서, 손가락을 하나둘 꼽아 보며 무언가를 세는 모양새를 보이던 죠스케가 경악한 표정을 보였다. 역시 그런 반응을 보일 만도 하지? 그럼, 이해해. 나도 그랬거든.

“저 둘 말인데, 최근에 황혼 결혼 준비니 뭐니 하다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말이야. 내가 모리오쵸에 잠깐 놀러 다녀오겠다고 하니까 본인들도 휴식 삼아서 따라온 거 있지~.”
“겨얼호온?! 저 나이에요?! 아니, 잠깐, 제 시대의 죠타로 씨랑 네로 씨는 좀 서먹한 느낌이던데 어쩌다가?”
“저희 시대에서는… 폴나레프 씨의 말에 따르면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 케이스라고 하던데요. 저희 아버지……DIO를 물리치러 여행할 때만 해도 둘이 그런 기류가 강했다고.”
“아, 그 비유가 가장 정확할지도. 우리 엄마랑 만나기 한참 전엔 이미 서로 싸우고 헤어졌다고 했으니까? 이혼하고 나서 둘이 다시 잘됐던 거 아냐? 망할 아버지.”

입꼬리에 묻은 생크림을 닦아 주는 뻔하고도 투박한 손길,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다정한 사파이어와 평소보다 온화하게 누그러진 에메랄드가 자아내는 눈웃음, 짧은 대화가 오고 가는지 달싹거리는 입술들과 멋쩍음을 대신 표현하듯 테이블 위에서 꼼지락거리는 손가락. 그리고 그 둘 사이에서 카페의 배경 음악만큼이나 잔잔하게 흐르는 연륜의 분위기.


나는 물론이고, 내 앞의 죠스케와 죠르노까지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느라 두 사람 몫의 음식이 테이블 앞에 놓인 줄도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둘이 포크를 드는 소리가 나고 나서야 뒤늦게 고개를 원래대로 돌렸다.

“역시 안 어울리는 조합처럼 보이는데, 다시 보면 또 잘 어울리는 게 신기한 조합 같슴다.”
“뭐 어떻습니까, 죠스케. 누가 어떻게 보고 뭐라고 해도 두 사람이 서로를 사랑한다는데. 그렇다면 우리가 왈가왈부하는 건 헛수고죠. 소용없는 일…….”
“그건 그렇지만요? 저 죠타로 씨가 연상에게 약할 줄이야~…….”
“그러게나 말이야. 둘 다 꽤 나이 먹어서는 늦바람이 들었나.”
“저렇게 편해 보이는 죠타로 씨는 처음 본다고요. 진짜로.”

보는 내가 다 부끄러워 팔을 슥슥 문질러 대긴 했지만, 생각해 보면 둘의 말에도 일리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생각하며 보고 있자면 서서히 황혼 결혼이니 뭐니 했던 것도 갑자기 다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한때는 사랑했고, 또 한때는 서로 헤어졌지만, 결국은 아버지의 일생 대부분은 네로 아저씨였을 테고, 네로 아저씨도 아버지가 일생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을 그런 관계. 그런 사이가 이제야 서로 앙금을 내려놓고 마음을 터놓았다면 그간 억제했고 막혔던 감정이 터져나와 이런저런 일들로 발현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려나?


 죠스케와 죠르노가 서로를 보며 열변하거나 말거나, 내 앞에 있는 얼음이 한번 더 달각, 소리를 낼 정도로 녹아 내용물을 더 연하게 만들 때까지도 나는 턱을 괴고 서로 두번 다시는 떨어지지 않을 듯이 굴며 그간의 고독과 고생을 보상받고 있을 아빠와 네로 아저씨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조금, 마음이 찡해진 건 죽어도 둘에겐 말하지 않을 비밀이지만.

“에휴. 너희와 대화한 덕분에 고민이 해결됐네. 골치 아파하던 내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져.”
“네? 고민이요? 뭘로 고민하고 계셨는데요?”
“고민……하고 계셨습니까? 죠린. 조금은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만.”
“아냐, 아무것도. 이제 됐어. 그냥……조금 많은 생각을 했었는데. 저 둘을 응원하려고 마음먹었어. 죠르노 말대로, 둘이 좋다는데 뭘 어쩌겠어. 물론 아빠가 엄마랑 나를 오래 내버려 둔 건 앞으로도 두고두고 갚게 할 거지만.”
“그럼 지금도 갚으라고 하는 게 어떻습니까? 이를테면, 이 자리 몫의 계산도 전부 맡긴다든지. 아는 척을 해서 저 분위기를 방해한다든지.”
“뭐어? 지금? 여기서? 당장?”
“예. 당신들은 가족이잖아요? 그리고 응원하기로 했다면서요? 그럼 불편하진 않을 텐데요. 아, 그럼 아는 척을 해도 방해는 안 되겠네요.”
“맞슴다. 죠린 씨가 가면 죠타로 씨도 분명 좋아하실 걸요? 제가 아는 네로 씨도 죠린 씨 사진을 가지고 다니면서 엄청 자랑하고 귀여워하시곤 했으니까, 지금의 네로 씨도 죠린 씨가 나서서 다가오면 기뻐하실 게 분명함다!”
“뭐야, 그거 기분 나빠! 주책맞은 아저씨라니까, 진짜….”

그 둘의 웃음이 어쩐지 짓궂게도, 혹은 부드럽게도 보였다. 나 참, 너희가 그렇게까지 본다면야 어쩔 수 없지. 너희 때문이니까. 내가 원해서 그런 건 아니니까. 그렇게 마음속으로 자기합리화를 애써 마친 나는 등이라도 떠밀린 것처럼 어색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도, 그 둘에게 다가가 낯설 만큼이나 부드러운 분위기에 녹아드는 내 발걸음이 근래 중 가장 가벼운 듯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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