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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기(저팔계X염산옥)

By. 애수

 

 

*약간 삼각관계 있음.

언젠가 산옥은 내게 그렇게 물었다.
“법사님은 저한테 편견 없으셨어요?”
“무슨 소리야, 갑자기.”
“그냥 여러 가지로요. 전 높으신 분들에게 선택받은 쪽도 아닌데 이렇게 여러분과 같이 다니고 있으니까.”
“그게 무슨 상관이야. 처음부터 감시 차원으로 데리고 있던 건데.”
“하긴 그랬죠.”
녀석은 웃다 어느 한 곳에 시선을 두었다. 뭘 보고 있나 싶어 시선을 따라가니 팔계가 있었다. 팔계는 오공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뭐가 즐거운지 웃음 짓고 있었다. 그걸 보는 산옥 눈에서는 낯간지러운 감정들이 잔뜩 담겨 있었다.
“하나 생각난 건 있네.”
“뭔데요?”
“저 녀석 얼굴만 보고 좋아하는 게 아닌가.”
“제가 그렇게 외모지상주의자로 보였어요? 하긴 팔계 씨 외모는 그렇게 생각할 법 하네요.”
“넌 그런 소리를 듣고도 아무렇지 않냐?”
“하지만 팔계 씨 외모가 뛰어난 거야 사실이잖아요.”
“저 녀석 지나가면 쳐다보는 눈이 많긴 하지.”
“법사님 쳐다보는 분들도 많거든요? 그리고 은근슬쩍 질투심 유발하지 말아 주실래요?”
“스님 쳐다봐서 뭐 하게. 그리고 그걸 질투심 유발로 느끼는 건 너밖에 없을 거다.”
산옥은 내 이야기를 듣더니 입술을 삐죽이며 못마땅해 했다. 평소 팔계는 길을 걷다 이런저런 추파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 이 둘이 교제하기 전까지 산옥은 그런 상황이 보이면 자리를 피하곤 했다. 주로 오공과 함께 간식을 사러 가는 식으로. 처음이야 팔계도 그러려니 했지만 그게 반복되다 보니 팔계는 이상한 방향에 꽂혀 내게 물었다.
“혹시 제가 산옥에게 잘못한 게 있나요?”
“답답한 것들.”
팔계는 내 말을 듣고 그게 무슨 뜻이냐며 답을 재촉했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애초에 둘 문제이니만큼 끼어들고 싶지 않기도 했고, 무엇보다 그 질문을 받을 상대는 내가 아니었으니. 게다가 산옥은 그와 관련된 이야기하는 걸 상당히 꺼렸다. 항상 녀석이 달고 사는 말 탓이었다.
“제 감정은 늘 팔계 씨한테 짐이 될 게 뻔하니까요.”
처음 녀석에게서 자조 섞인 웃음을 본 날, 나는 그제야 산옥이 진심으로 팔계를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어리바리한 채로 우리와 함께 있던 녀석이라 늘 헐렁하고 무계획 마니아에 어린애 같았는지라 가지고 있는 감정 같은 것도 으레 가볍지 않을까 했던 터였다. 하지만 생각 외로 산옥은 무거운 마음으로 팔계를 보고 있었다.
“그냥 무서워요, 사실은.”
“뭐가.”
“가지고 있는 연정이 점점 커져서 팔계 씨를 옭아맬까봐.”
“그래서 아무 얘기도 안 할 거라고?”
“죽어서도 이야기 안 하는 게 목표예요.”
“그렇게 하면 걔가 돌아나 보겠냐?”
“안 돌아봤으면 하는 거니까요.”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몰라도 산옥은 팔계 과거를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녀석이 품었던 사랑이 얼마나 무력하게 끝났는지 알아서, 무척 애틋하고 온 마음을 다 바칠 사랑이었음을 알아서 산옥은 기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 기대조차 제게 주어진 게 아니라면서 웃는 녀석은 잠시 내 또래로 보였다.
“팔계 씨가 그 전 사랑을 잊고 다른 사랑을 한다면 저 같이 무지하고 잔인한 애가 아닌, 그저 산들바람같이 고요하고 따뜻한 쪽과 하는 게 제일 좋잖아요.”
“너 그거, 진심이냐?”
“반 정도는요.”
“반은 뭔데?”
“모르죠. 인간도 자기 자신을 모르는데 하물며 요괴가 자신을 다 알겠어요? 그것도 단 한 번도 인간이었거나 인간 피를 가져 본 적 없는 요괴가. 아무튼 다 엉켜 있기는 한데, 왠지 팔계 씨가 다시 할 사랑에는 제가 없을 것 같아요. 그게 다예요.”
산옥은 그렇게 말하고 자리를 떴다. 내 쪽으로 팔계가 다가온 걸 본 눈치였다. 그러자 팔계가 산옥에게 말했다.
“산옥도 같이 얘기하지 않을래요?”
“좀 피곤해서요. 말씀 나누세요.”
“혹시 제가 산옥을 불편하게 한 게 있나요?”
“아니오. 그럴 리가요. 팔계 씨는 항상 친절하시잖아요?”
산옥은 웃었다. 연심이라는 것 앞에서는 싫은 소리 하지 않으려 다짐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녀석이 모르는 게 한 가지 있었다. 그건 산옥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팔계가 녀석을 오랜 시간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그 이유는 서로 같지 않았지만. 산옥이 떠나간 쪽을 보며 팔계가 중얼거렸다.
“대체 제가 뭐라고 큰 감정을 주려는 걸까요, 저 이는.”
“갖든지 뿌리치든지 둘 중 하나만 해.”
내가 한 말에 팔계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이내 입을 꾹 다물고 다시 산옥이 사라진 곳을 응시했다. 표정을 보아 하니 조만간 결론을 내겠거니 했는데 그게 몇 개월이 훨씬 넘게 걸릴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정말이지 이상한 곳에서 닮은 둘이었다.
“그거 말고 다른 편견은 없으셨어요?”
“없어.”
“의외네요. 더 나올 줄 알았는데.”
“네가 원체 백지라서 속내가 다 보이니까 그런 거 아냐.”
“그거 단순하다고 욕하는 거죠!”
산옥이 소리를 빽 지르자 팔계가 우리 쪽을 향해 몸을 틀었다. 그러다 다가와서 말했다.
“왜 또 다투고 그래요.”
“쟤 혼자 날뛰는 거지 난 아무것도 안 했어.”
“단순하다고 욕할 땐 언제고!”
“내가 언제.”
“자자, 진정들 하고 슬슬 움직일 시간이에요.”
“에휴.”
“뭐죠, 그 반응? 네?”
나는 대답 대신 자리에서 일어났다. 산옥은 팔계 옆에서 집기를 치우며 설거지를 도왔다. 깔깔거리며 웃는 모습을 보자니 대체 왜 그렇게 애태웠나 싶어 눈가가 가늘어졌다. 이 놈이나 저 놈이나 자기 자신을 볼 줄 모르는 놈들 같으니.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거잖아!”
태평하게 지껄이는 오공과 별 생각 없는 오정을 보고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가 가진 바닥을 저 둘은 가장 많이 이해하고 있을 테니 파국으로 치닫게 되더라도 서로를 거울처럼 바라보며 지내겠지.
“가자.”
“네.”
“산옥, 뭐 놓고 온 거 없죠?”
“네.”
“너 정말 빼 놓고 온 거 없냐?”
“없거든?”
“시끄러워.”
내 한 마디에 오정과 산옥은 서로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시끌벅적한 놈들이 있는 일상이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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