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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큐(야마구치 타다시X세이시키 소라)

By. 세아

 

 

 

 

 

“츳키!”

“츠~키!”

“아침부터 큰 소리로 부르지 말아 줄래.”

 

미안, 츳키! 앞에서 부담스러운 눈길로 자신을 빤히 바라보던 세이시키가 내뱉는 말이라고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함께했던 야마구치의 입버릇이다. 어차피 미안하다면서 분명 내일도 똑같이 인사할 게 분명한데, 그럴 거면 사과를 왜 하는지. 괜히 입이 닳도록 이야기할 필요가 없지 않나? 늘 같은 생각을 하게 되지만, 세이시키의 사람 휘두르고 다니는 능력은 가히 히나타와 맞먹는 수치라,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보면 며칠째 똑같은 인사와 생각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할 이야기가 뭐가 많은지 세이시키는 재잘거리느라 바빴다. 반은 못 알아들었지만. 중학교 시절부터 세이시키는 스펀지처럼 주변인들의 말투를 죄다 옮아오는 버릇이 있었는데, 역시나 그게 문제였다. 설상가상으로 하필 이번 절친이 ‘그’ 히나타 쇼요라니. 유유상종이라는 말을 이렇게 확인하고 싶지 않았는데. 한 달 만에 히나타의 말투를 흡수한 세이시키가 5분 동안 한 말이라고는 ‘가슴이 후왓했다느니’, ‘숙제가 팟팟했다느니’의……이것도 대화라고 봐야 하는 건가. 바보 트리오들끼리 서로 찰떡같이 알아듣는 걸 보면 일본어와 별개로 새로운 언어를 공표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 심정이다. 물론 제일 기가 막힌 건 히나타의 말은 못 알아들으면서, 세이시키의 말은 백발백중으로 알아듣는 야마구치였지만.

 

덕분에 둘의 대화를 듣기만 해도 에너지가 쏙쏙 빨리는 기분을 온종일 느끼고 있었다. 제왕이야 저 둘이랑 비슷한 부류니 그렇다 치고, 야마구치는 이걸 어떻게 버티는 건지. 상대가 세이시키라서 그렇겠지만, 역시 굳이 이해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 바보들과 같은 선에 놓이는 것이라면 극구 사양하고 싶으니까. 히나타가 한 명 더 늘어난 기분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다. 괜히 제 옆에서 그 말을 찰떡같이 알아듣고 이야기하는 야마구치를 조용히 흘겨본다 한들 달라지지도 않을 테고. 듣고 있던 음악의 볼륨을 높이는 수밖에 없었다.

 

어제도 봤으면서, 게다가 세이시키나 야마구치는 서로 옆집에 사는데도 무슨 할 말이 그토록 많은지 등굣길이 하루도 조용하질 않았다. 썩 나쁘지는 않았지만 역시 좋다고 말할 수는 없는, 딱 그 정도로 시끌벅적한 두 사람의 대화가 음악 소리에 묻혀가면, 언덕의 끝으로 ‘카라스노 고교’라는 글자가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다는 소리는……. 엄습해오는 불안감에 힐끗, 세이시키의 쪽을 바라보면 보라색의 머리칼이 쏜살같이 앞으로 달려나간다. 스테미너 괴물인가? 뭐가 좋은지 웃는 모습 위로 딱히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태양의 얼굴이 떠오르면, 옆에 있던 야마구치가 허겁지겁 그 뒤를 쫓는다. 아침 댓바람부터 술래잡기라면 역시 사양이므로, 친구를 만날 생각에 신나 뛰어다니는 세이시키에게서 잠시나마 눈을 돌리면, 그걸 또 어떻게 알았는지 저 멀리서 저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츳키, 얼른 와!”

“……난 너나 히나타처럼 에너지 낭비하긴 싫거든?”

 

내 대답에도 뭐가 좋은지 앗하하, 하고 옆에 있던 야마구치에게서 웃음이 터진다. 이럴 때 보면 영락없이 소꿉친구라는 단어가 왜 무서운지 알 것만 같았다. 아닌 척하지만 닮음을 넘어서 똑같다. 몇 년이고 함께했을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느낄 수밖에 없는 생각이었다. 왜 나까지 어울리고 있는 건지, 미간을 잠시 구기면 학교에 들어서 복작거리는 소리에 의문이 사라지고 만다. 오늘도 다를 것 없는 일상이었다.

 

1학년 4반, 교실에 들어서면 가벼운 인사를 주고받으면, 나란히 붙어있는 세 사람의 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조금 떨어져 생각하고 싶어도 불가능하게 만드는 위치라니. 하아, 가벼운 한숨 뒤로 창문 밖을 바라보면 분명 아침 연습이 없는 날임에도 연습을 한 건지, 바보 두 명이 엎치락뒤치락하며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어느 쪽으로 시선을 돌려도 결국 똑같잖아. 문득 집을 나설 때 들렸던 오늘의 운세가 떠올랐다. ──10위는 천칭자리네요. 주의하셔야 하는 건……. 운세 같은 걸 믿는 편이냐고 묻는다면 아니었다. 다만 오늘은 조금 달랐을 뿐이다. 주의해야 할 점, 뭐였더라.

 

세이시키의 영향인지, 시시콜콜한 고민을 늘어놓고 있으면 첫 교시의 시작이 빠르게 다가온다. 애써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으므로, 교과서를 펼치며 수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인사, 수업 내용, 쉬는 시간의 소란스러움까지. 평범한 일상인데, 왜 이렇게 예민해지는지. 반쯤은 세이시키……보다, 세이시키가 이렇게 된 계기를 제공한 녀석이 문제였다. 부활동 이외의 시간에서 괴짜 콤비를 떠올릴 줄이야. 그래, 이건 완벽한 악영향이었다.

 

“점심시간!”

 

선생님이 나가기 무섭게 튀어 오르는 세이시키를 야마구치가 능숙하게 받아내는 것마저도 일상의 일부분이 되었다. ……그러니까, 언제부터? 그쯤이면 세이시키에게 도시락을 꺼내 건네주는 야마구치가 눈에 밟힌다. 게슴츠레한 눈으로 야마구치를 바라보면, 야마구치는 되려 고개를 기울이기만 했다. 모르는 건가? 방금 전에 네가 건넨 게 도시락이면, 넌 어쩔 셈이냐는 뜻인데. 답은 않고 슬그머니 제 눈치를 보기만 했다.

 

“네 점심은?”

“아, 저건 세이 도시락! 세이네 부모님이 집을 비우셨는데, 오늘 부모님이 세이 몫까지 챙겨주셨거든.”

 

내 건 제대로 있고! 아, 그래. 겨우 얻어낸 이해를 뒤로 하고, 도시락을 펼치는 야마구치의 앞에 앉아 함께 도시락을 열었다. 세이시키는 보통 5반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쓸데없이 얼굴을 비치고 싶지는 않았지만……5반인가. 한 번 들러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네. 츳키도 가게? 아, 맞다! 생글거리는 웃음을 그리며 저를 바라보는 야마구치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그런 거 아니거든.”

“응응.”

“이상한 생각 하지 마.”

“응응.”

“……적어도 세이시키를 보는 것 같은 눈은 그만두지 그래?”

“응응.”

 

괜히 말을 꺼냈다. 떨칠 수 없는 분위기가 마음에 안 들어도 점심은 챙겨야 하므로 애써 따라오는 시선을 무시해버렸다. 간혹 보이는 야마구치의 이런 모습들은 영락없는 세이시키나 다름없어서, 신경 쓰면 피곤한 건 오히려 이쪽이니 이럴 때는 더 말을 이어가지 않는 것이 상책이었다. 10년을 넘는 시간을 함께한 이웃이자 소꿉친구라면, 혈연이 아니라도 이렇게 닮아갈 수 있는 걸까. 적어도 중학교 1학년 때까진 이렇지 않았는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세이시키에게서는 야마구치의 모습이, 야마구치에게서는 세이시키의 모습이 보였다. 이러다 야마구치마저 히나타와 닮으면……. 소름 끼치는 상상에 밥을 먹다 미간이 절로 구겨졌다. 츳키? 그럴 일은 없겠지. 쓸데없는 생각을 왜 하고 있는 건지. 이것도 반쯤은 둘의 영향이었다.

 

자리를 정리하고, 반을 나서자마자 옆 반으로 얼굴을 비치기 무섭게 시끌벅적한 세이시키의 목소리가 귓등을 때린다. 공간을 울리는 카랑카랑한 목소리와 낮잡아볼 수 없는 성량은 새삼 세이시키가 한 밴드의 어엿한 보컬이라는 걸 새삼 자각하게 만들었다. 그러고 보니, 내내 붙어 다녔던 둘이 중학교 때 밴드 문제로……. 당시에는 알아서 해결하겠지 싶어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지금에 이르러서 보니 꽤 놀랄 일이긴 했다. 타인의 관점에서라면. 싸움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은, 저 두 명 역시 서로에게 양보하지 못하는 건 있었다. 이를테면 세이시키에게는 밴드라던가, 야마구치에게는……. 세이시키에게 이끌려 가는 야마구치를 바라보았다.

 

──주의하셔야 하는 건, 타인의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거예요!

아, 짧은 탄식의 끝으로, 시선 너머에 담긴 무한한 하늘과 변함없는 산의 그늘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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