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의 이야기]
[어반/사이퍼즈/블릭(릭 톰슨 x 블랙 )/@sth_urban/글]
당신네들의 사랑은 비겁합니다.
그럼에도 나는 나의 사랑을 박애라 부름에, 둘의 사랑을 다른 이름으로 호명하는 것으로 그것에 애정을 담습니다.
상대를 알지 못함으로서 만들어지는 믿음, 속이 빈 의존, 갈 곳 없는 사람은 결국 자신을 떠나지도 않을 것이라는 참으로 비약적이고 아둔한 판단마저 당신이 사랑이라 부르기 때문에 나도 그것을 사랑하기로 했습니다.
내 두 눈과 두 귀에 담긴 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본질적으로 사랑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 나의 일입니다.
누님, 나는 여행자를 압니다. 나도 사람이기는 한지라, 내가 오랫동안, 그것도 이제 하나 남은 나의 혈육이라는 당신의 특수적인 상황을 고려하고 나와 함께 회사의 과학에 기여한다는 동질감을 포함한 동경과 사랑을 전했던 존재에게 변화가 생겼다니 신기하기는 하더랍니다. 당신에게 전할 길은 없지만 내가 그의 존재를 안다는 것은 회사도 그 놀라운 능력을 알고 있다는 것이 됩니다. 우리는 결국 회사의 톱니바퀴이기때문에, 그 크기가 얼만큼이든 그 거대한 조직이 움직이는 모든 것을 보지는 못하나 봅니다. 회사의 가장 안쪽, 가장 어두운 곳의 이름을 가진 당신이 당신보다 못난 동생 하나 찾는 것에 이렇게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나에게는 알 수 없는 일종의 답답함과 안타까움... 하지만 그보다는 조금 더한 즐거움을 줍니다. 당신이 발버둥친다는 것은 곧 좋은 실험결과가 될거예요. 당신에 대한 마음이 그 어떤 다른 임의의 존재를 보는 것 이상의 감정이었다는 것을 나는 숨길 생각이 없습니다. 나는 과학의 이름을 가진 세상 모든 존재를 사랑하지만, 조금 더 직접적으로 퀘이사의 과학에 기여하는 당신이 그들보다 더 사랑을 받는 것은 마땅한 일입니다.
마음을 쏟을 대상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요. 다른 우주의 상수값을 가지는 새로운 존재는 얼마나 두렵도록 아름답고 사랑스러운가요. 퀘이사의 과학으로도 밝혀내지 못한 원자의 이름을 갖는 그는 정말이지 가슴 뛰는 존재가 아닐 수 없겠지요. 헌데 당신이 그런 마음으로 그를 보내지 못하는 것이냐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아니라 하겠습니다. 당신이 한 축의 가장 왼쪽에 있다면 나는 그것의 가장 오른쪽에 있어요. 내가 모든것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다시 말해...
당신에게 행복을 묻는 것이 어불성설이겠지요. 하물며 다른 사람에게, 그것도 그 사람을 붙잡고 있는 이유라고는 당신의 이루어질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목표 때문인 존재에게 사랑받기 때문에 행복하느냐고 물을 바에는 그냥 입을 다무는게 낫겠습니다. 사랑의 필요성을 모르기 때문에 당신은 사랑하지 않을 거예요. 맞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자는 당신을 사랑... 이라는 말이 부담스럽다고 한들 애정을 간직하고 있는 것을 멈추지는 않을 겁니다. 상대의 본질을 알지 못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그럼에도 자신을 향한 사랑을 받지 못하는 사람. 그럼에도 당신들은 자신의 삶을 긍정하고 인정하겠죠.
비겁한 사람들. 가장 안정된 척 하며 사실은 너무도 불안한 감정을 끌어안고.
어제는 무슨 대화를 했나요? 같은 침대에서 등을 맞대고 잠든들 눈이 뜨이면 상대가 내 곁에 있으리라는 확신을 두 분은, 아니 어느 한쪽이라도, 나에게 약속해줄 수 있나요? 눈을 보고 사랑한다고 말한들, 마주 들려오는 대답이 그 어느 의심과 고민 없는 담백한 보답의 말일 것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나요? 그녀를 떠나게 된다면 이내 곧 무너지지 않을까 염려하는 여행자는 지금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나요. 어쩌면 그 반대일지도 모르죠. 그는 자신의 생각보다 깊고 잔잔한 사람이라, 날이 몇번 바뀌지 않아 오히려 더 건강한 어른으로서 자신의 시간대를 지킬 수 있을지도요.
... 정말이지, 비겁한 사랑들...
그래요. 나의 하나뿐인 가족. 태어날 때부터 과학의 사명을 짊어진 둘 중 하나. 나는 여행자가 당신에게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대에게 있어서 회사가 지금보다는 덜 그대를 피곤하게 하면 좋을텐데.' 저런. 여행자는 당신의 빈 껍데기를 좋아하고 싶은 건가 봐요. 당신에게 과학을 빼면 무엇이 남는가요. 당신의 숨이 시작될 때부터 끝날 때까지 모든 것은 회사를 위해 설계되고 교육되었으며 만들어졌지요. 나는 그런 당신을 사랑해왔어요. 그래요. 아무리 여행자가 당신의 본질을 사랑하는것처럼 보인다 한들 내 사랑을 이길 수는 없는 것이었어요. 그랬던 거예요...
사랑하지 마세요, 블랙. 퀘이사는 당신의 삶을 제어하고 통제하면서 모든 변수에 대해 기록하면서도 정작 '당신이 원하는 것'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었습니다. 내가 본 당신은 그에 너무 합당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나는 당신을 진심으로 존경할 수 있지요. 내 이름이 왜 화이트인지, 그 대척점의 당신이 이해해주기를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그 이름을 가진 당신을 사랑해 마지않는 나를, 부디 실망시키지 말아줘요. 당신도 알게 되는 날이 올거예요. 여행자와 함께 있는 당신이 얼마나 유약한지를. 문득 그를 생각하는 당신이 얼마나 당신답지 않아 보이는지를. 당신에게 변하지 않는 것은 나와, 결국은 당신과 나로 귀결되는 과학인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