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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VE(츠키노 예능 프로덕션) 후지무라 마모루+시미즈 에리코

By. 리코

나에게는 흥미로운 두 직장 후배가 있다. 이제는 각자 다른 길을 걸어가고 있지만 옛 동료보다는 후배로서 생각하고 싶으니 두 후배라고 하자. 비슷하면서도 다른 둘과의 오랜만의 만남은 나로서도 무척 즐거운 일이라 조금 일찍 약속 장소에 도착하고 만다. 나의 결혼 후 첫 만남이었으니 조금 들뜬 마음은 부정하지 않는다. 괜한 두근거림에 삶은 풋콩과 구운 땅콩, 둘과 마시며 종종 먹던 것을 시키고는 가만 앉아 아직 오지 않은 두 사람을 기다려본다. 후지무라야 뮤직 타임이라던지 방송으로 간간히 화면 너머의 그를 보기라도 하지만 시미즈는 잘 있으려나?

"어라, 선배. 일찍 도착해 있었네요?"

"시미즈! 예전부터 정말 타이밍 좋게 나타나네."

뭐야, 저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야 오랜만에 이 장소 온다는데 무슨 수를 써서라도 빨리 도착해야죠. 쾌활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맞은 편 자리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는 그녀는 정말 변하지 않았다. 처음 입사해 사내 막내로 있던 일년 가량 예의 바르게 지내 선배들에게 공손해서 예쁜 후배였는데 후지무라가 오니 유쾌한 모습을 드러내던 녀석. 마치 입사했던 순서와 같이 시미즈가 앉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약간의 미안함이 담긴 얼굴로 기다리던 마지막 녀석이 도착한다.

"이토 선배, 오래간만입니다. 조금 사무실에 제출하고 올게 있어 다녀오니 조금 늦었지 뭐에요."

"후지무라도 좋아보이네. 그 준비중이라는 곡 끝내기라도 한 건가봐?"

"물론! ...이라고 이야기 하고 싶지만 그건 아직.."


"거기, 마모루! 임자 있는 이토 선배 독점하지 말고, 나한테 할 말 없어?"

"에리코 선배도 오래간만이네! 옆에 앉아도 되죠?"

대화에 갑작스럽게 끼어든 시미즈에 즐거운 듯 이야기 하던 녀석은 자연스레 그녀의 옆자리에 앉는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보기엔 스캔들일지도 모르는 두 사람의 거리에 잠시 걱정이 되기도 하였으나 금세 그 당시처럼 친한 둘에 잠시 추억에 젖어든다.

"시미즈, 후지무라. 두 사람은 여전히 사이 좋구나? 처음 보았을 땐 사이 틀어질 줄 알았는데."

 

작은 중소기업의 특성 상 젊은 사람들보단 연륜있는 중,장년으로 꾸려진 회사, 그게 우리가 만난 장소였다. 임직원 대부분 성격에 모난 곳 없어 화목했지만 직장 답게 조금의 무거움은 있던 그곳에 활기를 불어넣던 것이 내 앞의 두 사람이었다. 개인 사정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일자리를 찾은 후지무라와 자신의 생각을 자신감 있게 표현할 줄 아는 시미즈. 후지무라가 갓 들어왔을 적에는 부서가 조금 다르더라도 비슷한 또래에게 배워야 편히 물어본다는 이사의 주장 아래, 회사 분위기를 파악할 때까지는 나 대신 시미즈에게서 일을 배웠다. 시미즈가 지원파트에 있던 것도 한 몫 했을 거다. 처음에는 누가 보아도 두 사람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다. 잠시 부탁할 일이 있어 그녀의 자리에 찾아갈 때마다 시미즈의 지적이 들려올 정도였으니까. 후지무라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이었고, 시미즈에겐 처음으로 누군가를 가르켜보는 것이었다. 그런 둘을 붙여놓았으니 트러블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단순히 자주 마주치다보니 그런건지 둘의 성격이 모나지 않아서 그런지, 어느 순간부터 시미즈가 가는 길에 후지무라가 붙기 시작했다. 후지무라가 어느정도 사내 분위기를 익혀 우리 부서 내 후배로 자리잡고 얼마 지나지 않아 녀석과 저녁 약속을 잡으러 온 시미즈의 모습에 실례인 것도 잊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두 사람을 한동안 바라보았었지. 그래도 나름 어느정도는 사회생활을 겪었다고 자만하던 그 시기에도 정말 놀랄 정도였으니까. 그렇지만, 두 막내의 사이가 좋아지니 사내 분위기가 온화해져 싫지는 않았다. 물론, 선배들에겐 하나의 놀림감이었지만.

"시미즈 말야, 요즘 신입이랑 사이 좋아보이던데. 분홍빛 청춘이 나타난 건가?"

"거 후지무라, 우리 잘생긴 시미즈 치아 갈리는 소리 들리기만 해봐. 남자는 언제나 매너있게, 알지?"

누가 아저씨들 아니랄까, 선배들의 못된 농담섞인 놀림들도 둘을 따라다녔었지. 태연하게 받아치는 시미즈와는 반대로 무척 억울해 하던 후지무라의 얼굴이 떠올라 작게 새어나오는 웃음을 헛기침으로 가려내었다. 사람을 불러내고는 당사자들 앞에서 추억이나 꺼내는건 실례지. 잠시 기억들은 접어두고 이미 두 사람이 노려보듯 읽고 있는 메뉴판에 시선을 돌려본다.

 

"그러고보니, 저 후지무라 무대 보러 갔었어요."

각자 시킨 마실 것이 나오고, 시시콜콜한 이야기 거리로 떠들석할 때 갑작스럽게 선언한 그녀의 말에 나와 후지무라의 시선은 발언자에게 향한다. 무대라니, 시미즈가 그로스의 팬이었던가? 뜬금 없는 그 발언에 생각하는 이 머리를 두고 알 수 없는 저 후배는 속 좋은 얼굴로 웃으며 말을 이어간다.

"그게 말야, 직장 동료 일동이 모여서 이른 생일 선물이랍시고 건네준 거 있죠? 도서관에서 후지무라 이야기를 좀 했던 모양이에요. 관장님이 내가 얘 팬이라고 오해하는 바람에 원..."

"선배..."

그 말에 감동하듯 눈에 눈물마저 고인 후지무라와 그 모습을 보며 잘생긴 얼굴을 왜 그렇게 쓰냐며 꺅꺅 떠드는 시미즈의 모습에 내 얼굴에는 작은 미소가 띈다. 각자 만났을 땐 평범하게 제 나이 또래의 성인이란 느낌인데, 두 사람을 같이 만나면 어째서 어려지는 걸까. 마치 친한 형제처럼 별 것 아닌이 일로 떠들석하게 실갱이는 두 사람이 신기하면서도 조금의 소외감을 느끼고 만다. 분명 그때도 지금도 한 자리에 같이 있음에도 투명하게 얇은 경계선이 그어져 있는 그런 기분이 든다. 형제의, 혹은 단짝의 재회에 괜스레 끼어든 불청객의 감정이 드는건 어째서일까. 이 모임의 주최자는 나인데, 조금 서글퍼 하지는 않을 짓궂은 말을 내뱉는다.

"거기서도 후지무라 이야기를 입에 붙이고 살았어? 그러다 팬 이상의, 애먼 오해 사지 않도록 조심해."

애, 애먼 오해!? 당혹해하는 후지무라의 목소리와 겹치는 부정하는 후배의 목소리에 작게 웃음이 나온다. 예전부터 둘의 관계에 대해 놀릴 때마다 들려오는 그 반응들에 괜한 그리움을 느끼며 괜한 외로움을 떨쳐본다.
아... 두 사람의 사이좋음은 괜히 사랑하는 사람을 보고 싶게 만드는 것 같네. 오랜만에 만나는 자리니 잘 다녀오라 배웅하던 아이리의 얼굴이 눈 앞에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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