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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이야기

문호스트레이독스(나카하라 츄야X호시)

By. 리브

 

 

길에서 우연찮게 만나게 된 사람이었다. 웃는 얼굴이 굉장히 사랑스러운 여자아이. 네이비색 세일러복도, 한쪽 머리카락을 고정하고 있는 붉은색 하트 모양 머리핀도 모두 그 아이를 위한 장식품으로만 보였다. 그 아이를 바라보고 있으면 어째서인지 가슴께가 간질거리고, 자기도 모르게 그 뒤를 따라가게 되었다.

며칠 동안 그 여자아이의 뒤를 몰래 쫒아 다닌 결과, 나는 그 아이가 언제, 몇 시에 이 장소로 오는지 알게 되었다. 가끔씩, 거의 주기적으로 다니는 이 곳.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데코레이션이 가득한 인적이 드문 카페였다. 혼자 들어가기에는 상당히 민망할 정도로 귀여운 카페였지만 그 아이에게는 해당되는 일은 아니었다. 이런 귀여운 카페를 혼자, 그것도 거의 주기적으로 들락거릴 수 있을 만큼 그 아이는 귀엽고 사랑스러웠기 때문에.

딸기가 가득 얹어진 파르페를 입 속에 넣을 때마다 새하얀 볼을 감싸며 기쁜 듯이 웃는 모습이 사랑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언제부터인가 이 카페에서 저 아이를 바라보는 것이 자신의 일상 중 하나가 되어있었다. 혼자 이 카페에 들어올 용기가 부족하긴 했지만 달콤하고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자신으로서는 계기를 준 저 아이에게 고마울 따름이었다. 저 아이가 들어오지 않았다면 자신을 이 곳에 감히 발을 딛지도 못했을 테니까.

 

여자아이는 가끔 누군가와 같이 이 카페에 오고는 했다. 어째서인지 항상 데려오는 사람은 모두 여성 뿐이었고, 오래 지나지 않아 저 아이가 남자를 극도로 싫어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전에 딱  한 번, 그 아이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남자를 눈치챈 적이 있었다. 그 때 정말 표정이 장난 아니었지.

세상에 모든 경멸을 다 담은 듯한 표정. 그 사랑스러운 얼굴에 저런 표정이 지어질 수 있다니. 지금 생각해도 정말,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은 표정이었다. 제 성별에 감사해야 하는 걸까. 자신이 남자였다면 분명 저 눈빛을 받으며 그 때의 남자처럼 울면서 카페를 뛰쳐나가게 되겠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찰나, 그 여자아이의 앞으로 한 남성이 자연스럽게 다가가 의자에 앉았다. 경악 어린 얼굴로 핸드폰을 쥐던 나는 그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표정에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거의 3개월 동안 뒤를 쫒아 다녔던 자신이었지만, 저런 표정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사랑에 빠진, 갑자기 소녀가 어른이 되어버린 것만 같은 사랑스러운 얼굴. 자신에게 지어준 표정은 아니었지만 나도 모르게 얼굴을 붉힐 정도로 그 아이의 표정은 사랑스럽기 짝이 없었다. 떨리는 가슴을 붙잡으며 느릿하게 고개를 돌리자, 약간 고개를 틀어 자신을 바라보는 파란색 눈동자와 마주치고 말았다. 자신은 본능적으로 숨을 들이키며 양손을 꽉 붙잡았다. 방금까지 느꼈던 연 분홍빛 떨림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제 목을 틀어쥐는 것 같은 푸른색 끈적임만 제 몸 주변을 맴돌았다. 마치 맹수가 제 먹이를 탐내지 말라는 듯이 살의를 담아 위협하는 것만 같았다. 알 수 없는 두려움에 나는 빠르게 고개를 돌려 볼 것도 없는 제 핸드폰을 열심히 두드리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서 고개를 들자 아이가 남성을 향해 여러 이야기를 조잘거리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보다 텐션이 높고 말 수가 많은 모습이 문득 사랑스럽다고 느꼈다. 대체 저 아이에게 있어서 어떤 사람인 걸까. 그렇게 남자를 싫어하던 아이가, 어째서.

창가에 들어오는 햇빛이 연분홍색 여자아이와 노을색 남자를 감싸듯이 들어왔다. 마치 두 사람사이의 애정을 증명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아이의 표정은 누구보다 즐거워 보였고 남자는 그런 아이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키는 비슷해 보였지만 남자 쪽이 연상인 것은 분명했다. 나는 둘의 관계에 아쉬움을 느끼기도 전에 또 한 번, 그 남자에게서 스산함을 느꼈다. 남자는 아이에게 손을 뻗었다. 마치 먹이를 물어뜯으려는 짐승처럼.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는 아이를 구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자신은 이 몇 달간 저 아이에게 말조차 걸어보지 못하고 뒤만 쫒아 다니던 사람이었다. 당연히 그것을 막을 용기는 나지 않았기에 그저 숨을 멈춘 채로 막연히 그 모습을 바라보기만 했다.

하지만 제 생각과 다르게 그는 아이의 입가에 묻은 생크림을 손가락으로 떼어낼 뿐,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아이를 잡아먹으려고 했다는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기에 오히려 그렇게 생각한 자신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꿈이라도 꾼 것 마냥.

 

나는 자리에 오래 있지 못하고 몸을 일으켜 카페를 나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방금 그것은 꿈이 아니었다. 그는 아이를 잡아먹기 위해 손을 뻗었지만, 자신이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방향을 바꿨다. 순진무구한 그 아이를, 대체 어쩌려는 셈일까. 핸드폰을 붙잡으며 제자리에 서서 한참을 고민했다. 그 아이를 위해서 신고해야만 하는 건 아닐까. 확실히 나이 차이도 있어 보였고 순진한 그 아이라면 누군가에게 속임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방금 나서지 못했으니, 적어도 지금은 나서야만 하지 않을까.

그렇게 결심하고 핸드폰 화면을 키는 순간, 제 눈앞으로 무언가 스쳐지나 제 손목을 붙들었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끈적하고 꺼림직한 푸른색 눈동자와 다시 한 번 마주치게 되었다. 그를 바라본 순간, 심장이 크게 뛰고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어째서, 여기에,

 

“너, 요새 계속 호시 뒤를 졸졸 쫒아 다닌 놈 맞지?”

“무슨, 말을,”

 

변명을 내뱉기 힘들 정도로 몸이 떨리고 독을 입에 머금은 것처럼 말을 내뱉을 수가 없었다. 말을 이어갈 수 없을 정도로 경직된 몸짓에 그는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이 제 핸드폰을 낚아채갔다. 그는 잠금이 풀린 핸드폰 화면을 보며 자신의 폰인 것 마냥 화면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자기도 모르게 다급하게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런 제 손짓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 남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심지어 익숙한 손짓으로 제 목을 틀어쥘 것처럼 붙잡았다. 본능적으로 느꼈다. 죽는다, 살해당한다. 눈을 꾹 감으며 곧 이어 느껴질 고통을 대기하고 있었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목을 붙잡긴 했지만 손에 힘을 주지는 않았기에 아프거나 크게 답답하지도 않았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며 슬며시 눈을 뜨자 제 핸드폰에 가득한 분홍색 앨범을 이리저리 뒤지고 있는 그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얼굴을 시뻘겋게 붉히며 손을 뻗어보려 했지만 어째서인지 몸이 중력에 짓눌린 것처럼 움직여지지가 않았다.

“잠, 그건,”

“많이도 찍었네, 짜증나게. 남의 사진을 왜 멋대로 찍어?”

날카로운 말투에 어깨를 움츠리며 입을 벙긋거리자 그는 더 이상 듣기 싫다는 듯이 제 핸드폰을 자신의 주머니 속에 넣어버렸다. 그리고 방금까지의 위협은 장난이었다는 듯이 그는 제게 살기를 뿜어대기 시작했다. 자신은 또 다시 그 푸른색 끈적임이 제 목을 죄어오는 것을 느꼈다. 숨이 멎어버릴 것만 같은 그 감각. 손을 덜덜 떨며 그를 바라보자 짙은 푸른색 눈동자가 스산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자신은 그제서야 깨달았다. 탐내서는 안되는 것을 탐냈구나. 그의 손이 제 눈을 가린 순간, 온 세상은 암흑으로 물들었다. 다시는 깨어나지 못할 어둠 속에.

 

**

 

“츄야! 어디 다녀왔어요?”

“잠깐 밖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 만나고 오느라.”

그는 익숙하게 손으로 의자를 끌어 그 위에 허리를 걸쳤다. 소녀는 그런 그를 바라보며 순진무구하게 미소지은 채 그렇구나, 하고 답한 뒤 눈앞에 있는 파르페를 입 속에 밀어 넣기 바빴다. 그는 턱을 괴며 그런 소녀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또 볼에 묻었잖아. 칠칠치 못하게.”

“에헤헤.”

 

그는 손을 뻗어 엄지 손가락으로 소녀의 볼에 묻은 생크림을 떼어냈다. 소녀는 헤실거리며 웃다가 무언가 다르다는 것을 눈치 챈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 보니 장갑은 어디갔어요? 아까까지 끼고 있던 것 같았는데.”

그는 포크를 입에 물고 우물거리는 소녀를 바라보다 이내 픽 웃으며 생크림을 떼어낸 엄지 손가락을 입가에 가져갔다. 소녀는 그런 그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운 듯이 고개를 숙여버렸다. 그는 그런 소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생크림을 혀로 햝아낸 그는 아무렇지 않게 입맛을 다시며 소녀에게 대답했다.

“더러워져서, 버리고 왔어.”

그의 앞에는 차갑게 식은 커피잔을 바라보며 비릿하게 웃었다. 소녀는 아무것도 알아채지 못한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마냥 웃을 뿐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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