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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교사 히트맨 리본(사와다 츠나요시X박성원)

By. 아키

 

 

 

 

 

“돈나를 경호하는 게 이번 너의 임무다.”

나의 상사 고쿠데라 님은 종이 한 뭉치를 책상 위에 툭 하고 올려놓았다. 돈나를 말입니까? 상상도 하지 못한 임무 지령에 나는 벙찐 얼굴을 한 채, 느릿하게 종이 뭉치를 들면서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손에 들린 서류를 차분히 뒤로 넘겼다. 종이에는 돈나 봉고레, 즉 보스의 부인 사진과 함께 간단한 프로필이 적혀져 있는 것이었다. 아, 돈나는 이렇게 생기셨구나. 나는 꽤 미인인 그녀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사진을 빤히 쳐다봤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서는 앞에 있는 나의 상사를 바라보았다. 조용하게 있던 그가 입을 열었다.

“경호임무라고는 해도, 네가 나설 일은 별로 없을 거다. 10대께서 계속 돈나의 곁을 지키실 테니까…”

그렇다면 대체 경호임무를 왜 맡기시는 거지? 나의 상사는 내 궁금증을 눈치 채기라도 한 것인지 내가 무어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나한테만 들리도록 작게 중얼거렸다.

“그냥 경호 겸 돈나의 심부름을 한다고 생각하면 될 거다.”

*

돈나의 심부름이라. 고쿠데라님이 말했던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도는 듯 했다. 나는 양 팔 가득히 짐을 들고서는 터덜터덜 걸어가기 시작했다. 심부름이라고는 해도 설마 짐꾼을 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아무리 그래도 짐꾼은 너무 난이도가 높은 임무가 아닌가, 나는 지쳐서 게슴츠레 뜬 눈으로 앞에서 걸어가며 행복한 듯이 웃는 보스와 그의 아내를 바라보았다. 

“츠나 씨도 평상복을 좀 사두는 게 어때요?”

나는 츠나 씨가 정장 입은 모습도 정말 좋지만 사복을 입은 츠나 씨의 모습이 너무 좋은걸요. 그녀는 보스의 사복차림을 상상이라도 하듯이 양 뺨을 붉히면서 보스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자신의 사랑스러운 부인을 바라만 봐도 행복한 것일까, 입꼬리가 주체할 수없이 올라가려하자 자신의 큰 손으로 입가를 가리는 것이었다. 세상에서 제일가는 잉꼬부부가 따로 없구먼. 나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가 혹시라도 보스가 눈치 챌까 싶어 잽싸게 입술을 다시 집어넣었다. 보스의 행복한 모습은 조직원인 내게도 큰 기쁨이어야 할 텐데 어째서인지 나의 기분은 영 별로인 것이었다. 왜 이렇게 한숨이 푹푹 나오는 건지...

“저어... 많이 힘드시죠?”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내쉬고 있던 와중에 그녀가 내 앞으로 와 조심스레 물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미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네, 돈나 봉고레. 사실 전 지금 무지하게 힘들어요. 지금 당장 때려치고 싶어요.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려는 것 같았지만 상사의 부인에게 절대로 그런 말을 할 순 없지. 나는 애써 웃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괜찮습니다…”

“츠나 씨, 이제 쇼핑은 그만 하는 게 좋겠어요.”

“네? 성원 씨, 더 사고 싶은 거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부인의 갑작스러운 쇼핑 중단 소식에 보스 역시 성큼 내 앞으로 다가왔다. 그녀가 괜히 쇼핑을 맘껏 즐기지 못하는 것 같아 그가 속상한 모양이었다. 보스는 정말 여기서 쇼핑을 그만해도 괜찮겠느냐고 그녀에게 몇 번이나 더 물어보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같았다. 

“다음에 또 쇼핑 나오면 되니까요. 오늘은 충분히 산 것 같고...”

“당신의 뜻이 그렇다면야...”

그는 그녀의 부드러운 흑발 머릿결을 쓸어 넘겨주며 대답했다. 그럼 성원 씨, 우리 이제 저녁 먹으러 갈까요? 레스토랑 예약해뒀어요. 그의 말에 그녀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참, 어쩌면 좋지. 결국은 나를 배려해서 쇼핑을 그만하시는 거잖아. 나는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보스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우두커니 서있는 나를 가만히 바라보다 내 어깨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

“여태껏 수고했어. 짐은 내 차에다 실어 두고 이제 가 봐도 괜찮아.”

정말 가도 괜찮은 건지.. 물론 일찍 가면 나야 좋지만. 나는 보스의 눈치를 살피며 그녀의 짐들을 조심스럽게 그의 승용차 트렁크에 실어 넣은 다음 그와 그의 부인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오늘 정말 고마웠어요.”

“아닙니다. 편히 들어가시길.”

돈나는 보스의 품에 안긴 상태로 내게 살짝 미소 지으며 고맙다고 했다. 그 순간, 나를 바라보는 보스의 눈빛이 싸늘하게 느껴졌다. 그래, 그의 싸늘한 눈빛은 명백한 경고의 신호였다.  자신의 허락도 없이 감히 그녀와 말도 섞지 말고 일정한 거리를 지키라는 경고. 나는 오싹함을 온 피부로 느끼며 재빨리 그 장소를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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